* 스포일러 경고

  그렇지. 전편에서 이미 죽은 주인공을 부활시키는 방법은, 이런식으로 밖에는 가능하지 않지.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시리즈인지라 더 이상 나올만한 소재와 줄거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영화였다. 리플리는 에일리언과 자살했더랬다. 그런데 다시 돌아왔다면, 그것은 뛰어난 과학기술에 의한 인간복제이거나, 아니면 로보캅과 같은 존재로 만드는 것 뿐. 리플리가 돌아왔다. 그것도 꽤나 강력한 존재로서. 에일리언에 대적하기엔 전투력이 많이 딸리는 그녀는 이제 에일리언 하나쯤이야 하는 정도의 존재로 돌아와 동료들을 도와준다. 게다가 에일리언의 어미라니.

  영화 <에일리언>이 처음 나왔던 때가 1979년이라 한다. 이런 내가 태어났을 때잖아. 그런데 4편이 나온 것이 1997년. 거의 2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오다니. 띄엄띄엄 냈기 때문이기도 했을테지만 참 오래했다. 리플리 역의 시고니 위버는 49년생. 그럼 지금 몇살? 거진 60이 다 되었다. 그녀의 데뷔작이 에일리언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녀의 인생은 에일리언과 함께였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외계생물체와 인간의 대결 영화 중에선 가장 획기적이고 신선했던 시리즈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4편까지 우려먹는바람에 그 신선도가 많이 떨어진 감이 없잖아 있다.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또 <스타쉽 트루퍼즈>도 신선했다는 생각. 외계공중전만을 예상하기 쉬운 우리에게 지상전, 땅굴전을 보여준 영화다.

  에일리언 4편에선 외계생물체 에일리언의 어미로서 리플리를 설정함으로써 모성애까지 자극하려한다. 지구로 탈출하는 우주선에 몰래 탑승한 이전의 에일리언과 달리 인간의 형상을 띤 괴물이 우주선에 난 구멍 밖으로 빨려 나가는 장면이 어찌나 불쌍해보이던지. 슬프지는 않지만 불쌍해보였다. 마치 낙태할 때 의사가 들이댄 흡입구에 빨려나가는 태아의 모습같달까. 아마도 감독은 그 장면에서 낙태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렁그렁하게 눈가에 맺힌 눈물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엄마가, 어떻게. 라는 표정을 지으며 리플리를 바라보는 못생긴 마지막 에일리언은 그렇게 사라지고, 리플리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영화가 나온지 10년이 된 지금 5편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이제 그만두려나보다. 하긴 죽는 리플리  살려내 한편 찍어냈으니 더 이상 나올 소재가 뭐있겠느냐.  1편에서 4편까지 뒤로 갈수록 신선도가 떨어지는 영화지만 외계생물체와의 대결 영화에선 일단 아직까지는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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