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농담삼아 "책읽듯 책을 낸다"고 말하는 강준만 교수의 올해의 책 중 하나. <한국인 코드>는 어쩌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한국사회에 대해 읽어내고 수많은 고민을 하며 애국자는 아니면서 함께 살아가는 이 공간에 대해 걱정하는 강준만 교수와 같은 이들이 반드시 써야할 책이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글을 쓴다는 데 대해서는 전공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에는 일본학과, 북한학과는 있지만, 또 영어영문학 말고 영어과, 일본어과 는 있지만, 한국어과는 없다. 그러나 몇몇 대학원엔 정식 대학원 과정으로서가 아닌 다른 특수대학원의 형태로서 한국학을 개설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에 대해서, 한국인에 대해서 말 할 수 있다는건 다른 전공과 달리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누구보다 매년 - 매년이라고 말하기엔 강준만의 작업은 너무나 빠르다 - 한국의 현시점에서 벌어지는 논쟁거리들에 대해 많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강준만 이라면 반드시 써야 할 책. 강준만에게서 <한국인 코드>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그는 글을 매우 쉽고 재밌게 쓴다. 누가 봐도 금방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쓴다. 그건 그가 언론을 전공했고, 매체에 글을 자주 기고한다는 점이 만들어낸 그만의 글쓰기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편에서 그를 비판하는 자들은 그의 글쓰기가 그저 신문쪼가리 모아붙여 만들어낸 글로서의 가치도 없는 글이라고 폄하하지만 이런 글이야 말로 진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남들 모르는 현학적인 말 써가면서 어렵게 논문식으로 쓰지말고 이렇게 쓰란 말야. 그래야 좀 읽어볼거 아냐. 가장 가독율이 낮은 글이 논문이라지 않은가. 석사, 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두기 위한 것이니 그것만의 형식이 있는 것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강준만이 이 책 어딘가에서 지적했듯이 참고문헌이 고고한 학자들의 저서가 아니라 옛날, 오늘날의 언론매체들이라고 해서 그 가치를 뚝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싶다. 강준만은 필 받으면 앉은 자리에서 책 한권 뚝딱 할 인물이다. 좀 과장되긴 하지만. 그러니 아 이거 한번 써야겠다 싶으면 그간의 자료들 부시럭부시럭 긁어모아 써 짠 하고 내놓는다. 그리고 딱 적절한 시점에서 그의 책은 대중에게 선보인다. 고 시점에서 논쟁거리가 되는 문제들, 그리고 가장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서.

  그의 책은 금방금방 태어나기도 하지만 수명이 짧기도 하다. 그것이 어떤 형이상학적이고 메타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의 한국의 모습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인 코드>는 예외로 두어도 될 듯 하다. 이 책은 한국인의 속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한국인의 모습이다. 나의 모습을 가장 잘 모르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한국인은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강준만 자신이 살펴본, 한국인을 말한다. 강준만 자신이 한국인 이라는 점에서 한국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 물음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한국인이 한국인 자신을 가장 잘 모르기도 하면서 가장 잘 알고 있지도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며 그의 발언에 긍정의 끄덕임을 해주고 싶다. 한국인이지만 강준만이라면 강준만이라면 한국인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을 전해줄 것이다. 나의 그에 대한 턱없는 믿음인가.

  너나 잘하세요, 빨리빨리, 배 아픈건 못 참는다, 최고 최대 최초, 정, 6.25, 소용돌이, 서열, 아버지, 목숨걸고. 이렇게 총 10가지 장에 걸쳐서 한국인을 분석해내고 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여기 보여진 한국인의 모습이, 한국의 모습이, 우리가 보통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는 성질이라는 것이며, 그의 주장이 당연해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뒤에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내 주변에서 그가 지적했던 한국인, 한국의 모습을 쉽게 관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친다. 그런데 도덕교과서라는건 "최고, 최대, 최초"가 가장 잘 드러난 표본이다. 민족과 민족문화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무엇이 나왔다느니, 우리나라가 통계상 1등이라느니 하는 지나치게 자기나라를 자랑하려는 모습을 발견한다. 최고, 최대, 최초 이것이 그렇게 중요하고, 이것은 결국엔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 애국심으로 연결된다. 또 국가주의, 애국주의. 아 진절머리나. 이를 지극히도 싫어하는 나 조차 수업 중에 평소 신문 스크랩으로 긁어모은 온갖 통계자료를 들어가며 교과서가 가르치는 대로 증거자료를 열심히 보여주고 있는 나는 뭐냐. 1등이 아니면 안되는 문화. 세계일류를 고집하는 기업과 일류대학이 아니면 사회에서 제대로 취급받지 못하는 사회, 일등이 아니면 올림픽 시상식에서 눈물을 떨구며 국민들에게 죄송스러워 하는 선수들. 아 정말 짜증나.  인생에서 일등을 선점한 이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반면 일등이 아닌 이들이 가장 살기 어려운 나라가 바로 한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지 않았으니 비교할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야.

   강준만의 목소리는 언제나 현실에 바탕을 깔고 있으며,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일상의 삶에서 새로운 문제들을 지적하기에 새롭지 않으면서 신선하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다 여기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의 시각은 진부하면서 새롭다.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들먹이지만 새로운 시각을 전해준다. 그의 목소리는 지금 여기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난 그를 좋아한다.

  p.s. 이 책에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점은, 그가 들고 있는 근거라는 것이 때로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서 그것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그의 발언의 내용에 비추어 굳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갈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인 코드>를 시리즈로 낼 계획인 듯 한데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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