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하는 神의 나라 - 일본 지배세력의 정신세계
노 다니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주변국 일본과 관련된 문제라면 언제나 그것은 '대립'의 구도를 전제하고 있다. 매년 문제가 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참배, 새로운 역사 교과서, 독도 문제, 헌법개정 등등의 사안들은 그네들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한국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그렇게 말한다. 일본의 교육법과 교과서 검정 승인 문제조차도 우리는 한국과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느냐고, 이건 내정간섭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말한다. 그것은 당신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고. 얼마전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리자 일본은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노라 선포했다. 이건 전쟁을 의미한다. "당장 전쟁을 하겠다"는 아닐지라도 "우리는 당신들과 전쟁을 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정도로는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한, 중국, 한국 대 일본의 대결 구도는 해가 갈수록 점점 영원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당연하게도(?)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본의 우경화를 걱정한다. 일본은 자신들의 과거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도 미국과 맞먹는 세계 경제 대국의 위치를 내세우며 국제 사회에서 또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려 하고 있다.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등은 일본이 더 이상 자국의 안위만을 책임지고 방어하는 수준의 군사력으로 머물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것이 한국의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이다.

  과연 일본은 우경화하고 있는가?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생각으로 우경화를 주도하고 있는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주의주장은 거의 생략하고 있지만 일단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들어가는 듯 하다. 일본은 우경화 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나 할까. 저자의 생각으로는 우경화의 한 가운데에는 일본 스스로 본국을 '신의 나라'로 인식하는 흐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신의 나라에 대한 인식'의 근거로서 일본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주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을 쓴 의도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는 일본을 20년 이상 연구하고 경험한 한국인으로서 중립적인 시점에서 이 책을 쓰고자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지일'이 극일의 기초라는 생각에서 이다. 이 책의 목적은 일본인의 속마음을 느끼고 아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지, 일본의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에 대하여 증오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한국인들은 사람에 따라 충격을 받거나, 분노하거나, 감동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책은 일본 지배 세력의 정신 세계를 들여다보는 안내서이며 이야기책이다. 외국인에게 서울을 보여주는 관광안내인은 남대문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설명할 뿐, 평가는 하지 않는다. 나 역시 일본의 우경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말을 공저하고 재미있게 소개만 하고자 한다. 그들의 생각과 언행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책 제목은 저자의 글쓴 의도와 다르게 이미 일본이 우경화하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 신의 나라가 존재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지금의 이러한 일본의 못마땅한 모습들을 두고 일본은 결코 군사대국으로 가려는 것이 아니며, 다시한번 아시아 지배의 야욕을 부리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탁석산(철학자)은 일본은 그저 보통국가의 모습을 갖추려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한편의 의견과는 달리 저자는 이미 '우경화하는 신의 나라'라는 제목을 통해 일본에 대한 한편의 시각을 전달하고 있으며, 그것은 저들의 행태가 이미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넘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본 내의 우파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저자는 글 쓴 의도와는 다르게 객관적 위치를 상실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그의 말대로 이 책엔 주의주장은 담겨있지 않으며, 그저 잘 짜여진 한편의 레포트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성실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하여 잘 만든 레포트라고나 할까. 그저 일본을 공부하는데 있어 하나의 참고자료로서 그저 '참고'만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덧붙여 나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자면, 나 또한 한국에서 교육받고 한국 언론의 일본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또한 한국의 주장이 틀렸다 에 대한 근거보다 일본의 주장이 잘못되었다 라는 주장의 근거들을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과 관련하여 터지고 있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대개의 한국인과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나는 민족주의자도 아니고, 애국자도 아니며,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저 하나의 개인으로서 존재하고픈 위인임에도 한국과 일본을 떠나 하나의 개인으로서 보더라도 일본의 최근의 행태들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사안별로 보자면 조금 의견은 다르다. 독도문제와 교과서 역사 왜곡문제, 신사참배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과 그 밖의 아시아 국가들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일본 자위군의 이라크 파병이나 헌법 개정 등의 사안에 있어서는 그것이 일본이 야심을 드러내는 근거라 생각지 않고, 하나의 보통국가로서 모습을 갖추려는 시도라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은 뒤에 드는 또 하나의 생각은, 일본의 우파들이 아닌 다른 정치적 색깔을 가진 이들은, 혹은 정치적 색깔을 지니지 않은 다른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우경화의 근거로서 신의 나라라는 인식을 들 수 있다면, 이에 반대하는 다른 세력들의 생각의 중심에는 천황과 신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그것이 우파들 뿐 아니라 일본인 대부분의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박혀있는 근거라면 같은 근거에서 어떻게 다른 두 주장이 나왔을지도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