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살다 - 바보 이반의 산 생활을 적은 생명의 노래
최성현 지음, 허경민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8월
구판절판


고발과 고백은 차원이 다르다. 고발은 적을 만들지만, 고백을 통해서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 고백은 자기를 열고 상대방을 연다. 우선 자기 생활을 돌아보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때때로 만나 그것을 고백함으로써 서로 정보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46쪽

인류는 어느 순간부터 수렵, 채취에서 정착 농경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더 이상 자연이 주는 대로 먹고 살지 않고 내가 바라는 것을 손수 길러 먹겠다는 뜻이고, 그때부터 지구의 식물은 재배 작물과 잡초라는 두 가지 세계로 나뉘게 되었다. 재배작물이란 인류가 원하는 곡류, 야채류, 과일류, 그리고 원예용의 풀과 나무를 말한다. 그것을 한 곳에서 집약적으로 재배하는 방식으로 인류는 지구 위에서 크게 번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때부터 풀과 벌레와 짐승의 일부를 잡초, 해충, 해수라고 부르며 그들과 싸움을 벌여 온 것도 사실이다. 먹을 것을 주는 식용 작물과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꽃을 위해 인류는 그것들과 싸우고 있는 셈인데, 그 전쟁에 사용하는 농약, 화학 비료라는 이름의 화학 병기는 풀이나 벌레에 그치지 않고 인류는 물론 그 모든 것의 바탕인 공기와 물과 땅까지 더럽히며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50쪽

"꿈을 이야기하면 날개가 달리고, 씨앗이 생긴다고 했지요? 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꿈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듣고 그 꿈에 물을 주거나 그 꿈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 줍니다. 그렇게 해서 꿈에 날개가 달리고 씨앗이 생기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봅시다. 여기 겉으로는 식당을 하지만 속으로는 아무도 없는데 가서 조용히 수행하며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이 그 꿈을 그대로 두면 식당 일도 제대로 안되고, 그 꿈 또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단 꺼내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명상법을 일러 줄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전을 소개해 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온갖 손님의 비위를 맞춰 가며 먹고 살아야 하는 식당 자체가 사실은 가장 좋은 수행터임을, 그러므로 어디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일러 줄 수도 있지요. 이렇게 씨앗에서 싹이 트는 것이지요. 물론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자네에게 딸린 식구가 몇이야? 정신 차려, 이 사람아.' 여러가지 반응이 있을테지만 그 가운데 몇 개에서는 싹이 트고 날개가 달립니다."
이 이야기를 끝으로 우리는 숙소를 향해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달은 여전히 바삐 뛰어가고 있었다. "꿈은 하늘에서 온다."는 말이 내 가슴에 한 송이 꽃처럼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뜻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달을 통해 서로를 느낄 수 있다는. -7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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