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1999년 11월
구판절판


하나가 울면, 하나가 위로하고, 하나가 마음 약한 소리를 토해내면, 하나가 기운을 북돋우고, 하나가 어리광을 피우면, 하나가 부드럽게 껴안아 주고, 하나가 화를 내면, 하나가 잘못을 고치곤 했다. -16쪽

묘한 기분이다.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사별도 하고, 그렇게 나이를 먹어 가노라면,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엇비슷하게 여겨진다. 좋고 나쁘고 하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다만 나쁜 기억이 늘어나는게 겁날 뿐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좋으련만, 여름이 끝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만 한다. 마음이 약해진다. -109 쪽

"타인의 문장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더듬어 가는 셈이잖아.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자기 자신이 집필하듯이. 그러면 어느 틈엔가 타인의 사고 회로에 동조하게 되거든. 참 묘한 일이지. 위화감이 없는 데까지 파고들어 가기도 하고. 어디까지나 진짜 자기의 생각인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하고, 평소 생활에까지 타인의 사고가 뒤섞여 들어오고. 영향력이 강한 사람의 책을 번역하다보면, 그냥 독서를 하는 것보다 몇 배나 영향을 받게 돼." -142쪽

해질녘이었다. 저마다의 집에 파랑이 밀려들어와 전등을 켜게 하는 시각. 요즘은 알코올 중독자처럼, 의식이 분명해졌나 싶으면 언제나 해질녘이었다. 저녁 어둠 속으로 떠오르는 거리의 불빛, 언덕길의 주택가, 맥주를 한잔 마시고 비로소 '아아, 오늘 하루, 지금까지의 인생에 참가했네' 라고 문득 깨닫듯 아아, 오늘도 벌써 해가 지는 구나, 하고 생각한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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