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과 여전사 1 - 21세기 남과 여
이명옥 지음 / 노마드북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남성은 여성화되어가고, 여성은 남성화 되어가는 시대적 조류에 맞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주제를 가지고 저절한 동기와 적절한 태도로', 여성화된 남성인 꽃미남과 남성화된 여성은 여전사를 다룬 책이다. 전형적인 미술전문서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 세태를 딱 꼬집어 평가를 내리고자 하는 칼럼같은 책도 아닌, 그림을 소재로 하여 나름의 해석과 생각을 담아 서술한 딱 그 중간에 위치한 책이란 생각이다.

  최근 분야를 막론하고 이와 같은 작업을 하는 이들이 꽤 많아졌다. 전문철학서적은 딱딱하고 읽기 어렵고 팔리지도 않으니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좀더 읽기기 쉽고 재밌고 잘 팔리는 책을 만들고자 철학과 영화, 철학과 문학, 철학과 미술 등의 다양한 짬뽕식 글쓰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영화관 옆 철학카페> 등의 책들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꽃미남과 여전사>는 그림과 그리스 신화, 철학, 미학, 역사 등등의 지식을 가지고 자잘하게 재밌게 풀어내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애초 이 책을 접하려 했을 때 이 책으로부터 내가 취하고자 했던 그것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일간 신문이나 주간지 등의 잡지에 연재되어 실리면 주목을 끌 수 있는 글이겠지만 하나의 책으로서의 완성도는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그저 잡글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그저 '꽃미남과 여전사'라는 카테고리를 가지고 묶어낸 그림과 그에 대한 해석 그 이상의 무엇을 선사해주지는 못한다. 그저 그 뿐이다. 뭔가 시대적 흐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과 내가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해석을 접하고자 했지만 그건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에 존재하던 하나의 장르와 또하나의 장르를 통합시키고 이로부터 새로운 무엇을 생성하려는 시도는 잘되면 둘 사이에서 정반합을 이루는 탁월한 작품이 탄생하지만, 잘못하면 둘  다 잃어버리기 쉽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어쩌면 저자는 둘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끌어내려하기보다는 그저 둘을 연결해주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 책은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시도는 좋았으나 내용은 별로.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나를 아는 주변사람들로부터 여성스럽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인터넷 상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순간까지 다수의 사람들은 나를 여성으로 착각한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하고 나도 신기해 했던 적이 있더랬다. 그리고 난 그들의 말마따나 나의 내면에 여성스러움이 보통의 남성들에 비해 더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것은 나쁘지 않다. 나는 대개의 남성들의 전유물인 스포츠나 레포츠에, PC 게임에, 총이나, 차에, 전자제품류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관심은 좀더 감성적인 곳에 있다. 영화, 철학, 문학, 책, 음악, 악기, 만들기 등등의 것들에. 내가 일상을 통해 향유하는 것들이 후자의 것이 주가 되다보니 나를 기존에 일지 못했던 사람들은 나를 여성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알고 있다.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이분법의 잣대를 가지고 있고, "남자답다" "여자답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며, 넌 남자니까 뭐뭐해, 넌 여자니까 이러면 안돼 식의 발언들에 매우 강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다. 남자가 해야할 것과 여자가 해야 할 것, 남자가 해서는 안될 일과 여자가 해서는 안될 일은 없다. 그건 후천적으로 우리가 인위적으로 규정지어놓은 문화의 산물일 뿐이다. 아직도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남자는 원래 공간감각능력이 더 뛰어나고 수학을 잘하며 운동을 좋아한다, 여자는 언어능력이 탁월하며 읽고 쓰는 일에 재능이 있다, 등등. 그러나 그것이 사실로서 확인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을 규정지을 순 없다. 다수의 남자들이 이쪽에, 다수의 여자들이 저쪽에 있을 뿐이다. 비록 사실이라 하더라도.

   나는 남자답다는 말보다 차라리 여자답다는 말이 더 좋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커피숍에 앉아 수다떠는 일도 좋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음식맛을 보는 것도 좋고, 분위기 좋은 술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다. 한때 줄 사람도 없으면서 종이학 1000마리를 매일같이 접던 때도 있었고, 대개 종이학 1000마리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주는 선물로 인식되던 그때 뭐 이런 짓을 하냐는 핀잔도 받아야 했다. 남자친구들과 어울려 당구를 치고 곤드레만드레 할 때까지 술을 마시고 피씨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또 농구 한 판 뛰며 땀 흘리는 그런 것에 익숙치도 않고 별 관심도 없으니 난 남자들보다 여자들과 더 잘 어울렸고 그래서 주변에 아는 여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선천성에서 비롯되었는지 아니면 후천적인 관심과 노력의 결과인지 모르지만, 나는 내 마음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왔고, 그것이 자연스럽다 여겼으며, 고로 이 시대의 꽃미남과 여전사의 트랜드는 나에겐 반갑다. 이 책에선 오늘날의 '꽃미남과 여전사'의 트랜드가 단지 시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간을 차곡차곡 밟아오며 증명하고 있지만 그 기원이 그리스건 어디건 남자가 여성의 면모를 지닌 것도, 여자가 남성의 면모를 지닌 것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으며, 자연스러운 내면의 흐름에 맡기고 살아가면 그 뿐이라는 생각이다.

  분명 지금의 트랜드가 '꽃미남과 여전사'라고 하지만 아직도 전형적인 남성성의 상징을 가지고 있는 마초같은 남성들도 수두룩하며, 전형적인 전통적인 현모양처의 조신하고 얌전하고 그 자체로서 참한 여성들도 수두룩 한 것이 현실이다. 시대마다 흐름과 유행이라는 것이 있지만 여기에 흔들리지 않고 자연에 맡기고 사는 것이 가장 나 다운 삶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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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08-1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동감.. 나 답게 사는게 젤 좋다는데 한 표..
전 여자지만 혼자 식당에서 밥도 잘 먹고 전등도 잘 갈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