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선 - 메타젠더로 본 세상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
페미니즘의 주장은 언제나 ‘차이가 차별이 된 것이 아니라 권력이 차이를 만들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22-23
아무리 금수저라도 모든 욕구를 다 채우며 살 수는 없다. 문제는 선을 모를 때 생긴다. 적정선을 인식하려면 자신과 인간관계, 사회를 알아야 한다. 모든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흙수저는 선을 밟거나 넘으면 바로 태클이 들어오기 때문에 경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좌절’이다. 아니,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처지에서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금수저는 이 정치학에 무지하다. 분간이 없다. 주변에서 문제 제기가 들어오면 돈, 협박, 거드름으로 대강 안면몰수하고 공적인 논란이 생기면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27
(한국 사회에서) 사과는 ‘갑’의 자기 합리화와 마음의 평화를 위해 혹은 숨겨진 죄의식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63
폭력에는 여러 개념이 있지만, 내 생각 중 하나는 ‘감정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의 폭력들로 사회가 굴러간다. 가족주의, 민족주의, 지역주의, 동창회, 해병대, 향우회……. 이들 조직의 공통점은 한 가지. 선천적이든 개인의 선택이든 한 번의 경험, 소속을 평생 자신의 본질로 정의하고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게 한다는 점이다.

83-84
혐오는 기본적으로 약자에 대한 강자의 감정이다. 이에 반해 약자는, 강자를 선망하고 동일시하고 시기하고 강자에게 분노하는 감정이 크다(가해자의 분노와 피해 의식이라는 현상도 있긴 하다). 분노와 혐오는 반대말에 가깝다. (…) 혐오는 특정 대상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 자기 문제의 반영이자 합리화다. 혐오는 자신과 타인의 인간성을 훼손한다.

107-108
‘근친강간’이라고 써서 원고를 보내면 편집자가 오타인 줄 알고 ‘근친상간’으로 바꾸어, 나도 모르게 활자화되는 경우를 수없이 겪었다. 내가 장애인의 ‘상대어’를 비장애인이라고 쓰면 ‘정상인’이나 ‘일반인’으로 고친 후, "이 표현이 더 자연스럽다."고 오히려 나를 설득한다. 성 판매 여성 혹은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가리켜 불가피하게 ‘창녀’라고 표현할 때가 있는데, 작은따옴표를 삭제해버린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섹슈얼리티에 관한 논의 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다. 여성과 성에 대한 기존의 의미가 고수되는 것이다.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쉬운 글은 내용이 쉬워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여서 쉬운 것이다.

188-189
성원권을 획득하는 방식의 변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기존의 ‘정당한’, ‘정상적’, ‘온당한’, 사회적 기득권을 얻는 방식은 노동 주체이거나 공부 주체가 되는 것이었다. 노동하거나 공부함으로써 ‘사람’이 되고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사회였다.(입시 교육은 그 ‘부작용’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주체가 되는 방식은 소비와 외모 관리 분야이다. (…)

204
민주주의 사회는 모두가 혹은 다수가 행복한 사회가 아니다. 배제된 사람이 없는 사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