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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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멘탈리스트’의 주인공 패트릭 제인은 이것을 다소 유창한 말로 표현했다. "기억은 믿을 게 못 돼. 훈련받지 않은 두뇌는 파일 시스템이 아주 거지 같거든. 이 시스템은 우리한테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시커멓고 커다란 벽장에 닥치는 대로 쑤셔 넣어두지. 뭐 좀 찾을 게 있어서 그 안을 뒤져보면 굵직굵직한 뻔한 것들만 눈에 들어오지. 어머니의 기일이나, ‘코파카바나’ 같이 네가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들 말이야. 그러나 네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못 찾았다 해도 겁먹을 필요는 없어. 여전히 거기 있는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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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기억하는 행위는 처음 그것을 경험할 때 관여했던 뉴런들을 다시 작동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일이 일어나는 동안 뉴런들은 세상을 표상한다. 우리가 그것을 다시 떠올릴 때 이 뉴런들은 그 일을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낸다. 일단 우리가 이 뉴런들을 원래의 사건이 일어날 당시와 비슷한 방식으로 활성화시키면 우리는 이 사건을 저해상도 재생화면처럼 기억으로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이 뉴런 하나하나를 처음 사건이 일어났을 때와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활성화시킬 수만 있다면 기억이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현실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은 불완전하다. 어떤 뉴런들을 끌어들여서 정확히 어떻게 흥분시켜야 한다는 지시 내용이 약화되고 질도 저하되기 때문에 결국 그 표상이 흐릿해져서 실제 경험을 부정확하게 복제해내는 경우도 많다. 기억은 허구다. 사실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기억은 왜곡에 대단히 취약하다. 기억은 그냥 ‘재생’이 아니라 ‘고쳐쓰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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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잘 되는 경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첫째 특이하고 독특할 것, 둘째 강력한 감정적 요소가 들어 있을 것, 이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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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인 오늘날 중요한 것은 특정 사실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사실을 어디서 찾아봐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 그리고 거기서 찾은 해답이 과연 타당한지 검증할 방법을 알고 있느냐다.(…) 인터넷 이전 시대에는 도서관에 가서 원하는 정보를 찾았다. 도서관에 가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는 저명한 학자가 쓴 백과사전이나 상호심사 학술지 등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단 이런 자료를 통해 검증하고 나면 마음이 놓였다. 오히려 사회 변두리의 의견이나 완전히 잘못된 의견을 접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천 가지 의견이 넘쳐난다. 그리고 잘못된 의견들을 올바른 의견들만큼이나 많이 접한다. 우리는 자기가 아는 것은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확신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각자가 자신이 접하는 정보를 시험하고 평가하면서 책임지고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기술이다. 명쾌하고, 완벽하고,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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