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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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피어 있는 동안은, 개인 날이면 빨래를 넌 다음 신문지를 깔고 동백나무와 함께 지냈다. 눈을 감기도 하고, 뜨기도 하고, 맨발이 되었다가, 다시 샌들을 신기도 하고, 동백나무 아래 앉아있으면, 짙푸른 잎사귀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동백나무는 마치 플라스틱 같은 색깔의 분홍색 꽃잎과, 장난감 같은 디자인의 꽃술을 미련없이 톡톡 땅으로 떨어뜨려, 새카만 흙을 물들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해마다, 그 동백나무가 하나둘 꽃을 피웠다가 용감하게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아왔다. 아무 것도 변한게 없는데, 이렇게, 사람만 풍경에서 사라져버리는 일이 있다.-17-18쪽

좋은 풍경이라도 보지 않으면, 이 기분이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농밀하게 고정되어버리고 만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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