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렇다치고. 어쨌든 내가 여자를 찾는 목적은 육체적 행위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섹스 따윈 하지 않아도 좋다.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해도 상관없다. 함께 식사하는게 즐겁고, 밤새도록 얘기를 나누어도 질리지 않고, 하루만 만나지 못해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그냥 옆에 있기만 해도 평온해지는 그런 여자. 이를테면 평생의 반려자로 삼을 수 있을 만한 그런 여자와의 만남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비웃어도 좋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그런 플라토닉한 연애다. 나는 육체를 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육체와는 상관없는 관계도 동경한다. 너무 자기중심적인 모순된 얘기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내 안에는 두 개의 인격이 공존하고 있다. -17쪽
"그런거야,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건, 기껏해야 나뭇잎이 파란 5월까지야. 하지만 그 뒤에도 벚나무는 살아있어. 지금도 짙은 녹색의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 그리고 이제 얼마 후엔 단풍이 들지." -506쪽
꽃을 보고 싶은 녀석은 꽃을 보며 신나게 떠들면 된다. 인생에는 그런 계절도 있다.
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지금도 벚나무는 살아 있다는걸 나는 알고 있다.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벚나무 이파리는 찬바람이 불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인생의 황금시대에는 흘러가버린 무지한 젊은 시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미래에 있다. - 린위탕 -5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