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우리말로 철학하기 살림지식총서 24
이기상 지음 / 살림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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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한국인의 정신치료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소위 배웠다는 사람치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는 용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용어는 보편적인 진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삶의 맥락에서 만들어져 나온 이론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서양사람의 길고 긴 역사와 문화, 그리고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그들의 생활 속에서 서서히 형성되어 온 서양인들의 심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이론이며 용어이다. 그런 이론과 용어가 서양에서 잘 나가는 과학이기에 직수입하여 우리의 생활세계에 적용시켜 이 땅의 어린아이들을 몽땅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환자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식민행위인가를 깨달아야 한다. -5쪽

그런데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세계가 거의 모든 면에서 균형을 상실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문명과 사람 '사이'가 극도로 파괴되는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한국인은 앎에서도 삶에 필요한 정보와 방향을 얻지 못하는 삶과 앎 '사이'의 괴리 속에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삶 따로 앎 따로', 일상과 학문, 실천과 이론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아무런 연결 없이 따로 노는 극도의 '궁핍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현실에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이론소외, 이론척박, 이론부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까닭은 그 이론이 우리의 생활에서 만들어진 자생적 이론이 아니라, 수입된 이론, 때 지난 낡은 이론, 삶에서 이끌려나오지 않은 이론이기 때문이다. -6쪽

"다만 남의 말이나 자기가 들은 것에만 의지하는 사람은 더불어 학문을 말할 것이 못된다. 하물며 평생토록 마음의 작용과 자연의 현상에 생각이 미치지 못한 사람이랴." (박지원 <열하일기>)-8쪽

처음부터 일본어의 영향 아래 놓여 있는 우리말 번역어를 전혀 모르면서 독일에서 독일어로 독일식으로 사유하며 철학 공부를 시작한 나에게는 한국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한 다른 사람에게 없는 장점이 하나 있음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논의가 되고 있는 철학적 사태를 일본어적인 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우리말의 언어적인 상황에로 옮겨 놓고 우리의 일상세계적 맥락에서 이해해 보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그것이었다. -51쪽

"지금 우리의 과학기술의 수준으로는 전세계의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류 역사상 현대만큼 굶어죽은 사람이 많은 적이 없었다." (마르쿠제)
"아무리 빵이 넘쳐나도 인간은 절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려 하지 않는다."(도스토예프스키)
"나눔 없이 평화는 없다."(마더 테레사)-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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