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전까지는 그냥 멜로영화인줄 알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 멜로보단 컨츄리 음악계 가수의 실화로서 더 다가와있다. 영화보는 내내 이거 실화야, 라는 의문을 가지긴 했지만 정말 실화일 줄이야. 실화인줄 모른채 영화를 보러갔다가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뜨며 실화임을 알렸을 때의 그 감동은 두 배가 된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더불어 미국 음악계를 강타한, 소녀들의 우상으로 순식간에 떠올랐다는 쟈니 캐쉬, 난 처음 듣소.

  <앙코르>는 쟈니 캐쉬의 일대기를 담아낸 영화이다. 한편의 로맨스이기도 하고, 또 한편의 음악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는 얼마전(?) 봤던 <레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재즈계의 거목, 레이 찰스를 다룬 영화 <레이>. 영화에 너무나 감동 받아버린 나머지 이 영화의 디비디를 구입하고, 또 봤다. 음악 영화하면 또 하나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흑인들이 주름잡고 있는 랩의 세계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 래퍼의 최정상으로 발돋움한 에미넴을 빼놓을 수 없지. 영화 <8 mlie> 또한 나로 하여금 굉장한 감동과 흥분을 전달해준 영화이다. 이 역시 디비디로 소장중.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음악과 영화가 한데 묶인 뮤지션의 삶을 줄거리로 삼고 있는 영화들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잘 모르는 뮤지션이라도 좋다.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이라도 좋다. 영화를 통해서 음악을 찾아가는 것도 즐겁다. 평소에 듣던 음악이 아닌, 랩, 컨츄리, 정통재즈 등등 영화에서 다루는 음악들은 나로하여금 새로운 장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고, 새로운 뮤지션과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든다.

  영화 <앙코르>의 주인공 쟈니 캐쉬의 음악은, 정말이지 너무 컨츄리하다. 옛날 티가 팍팍, 시골 티가 팍팍.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 그리고 삶이 묻어나는 가사들. 아 좋다. 중간에 딴지 하나. 근데 왜 리듬과 멜로디는 계속 똑같고, 가사만 바뀌는 거지. 그리고 대중은 매번 똑같은 멜로디와 리듬에 지겨워하지 않는다. 음 신기한 일이야. 러닝 타임 135분. 두 시간 훌쩍 넘겨버린 이 영화는 90%가 노래하는 장면이다. 아 같은 리듬과 멜로디에 정말이지 노래만큼은 지겨웠다. 영화 <8mile> 덕분에 에미넴을 접했고, 그의 음반을 모두 구입했다. 또 영화 <레이>를 통해 레이 찰스를 알았고, 그의 음반을 구입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통해 쿠바의 음악을 접했고 음반을 구입했다. 하지만. 하지만. 영화 <앙코르>를 통해 내가 쟈니 캐쉬의 음반을 구입할 것 같진 않다. 너무 똑같애. 너무 똑같애. 



* 준과 쟈니. 쟈니는 그동안 준에게 수없이 많이 고백했고, 준은 쟈니의 청혼을 수없이 거절했다. 하지만 쟈니의 재기 이후 함께 한 공연에서, 쟈니의 청혼을 결국 받아들인다. 짝짝짝.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으나 전업음악가로 나선 뒤의 성공, 그리고 같은 레코드사 소속의 아리따운(?) 여가수 준 카터와의 만남, 그리고 사랑, 약물중독, 폐인 또 재기, 새로운 삶. 그의 인생은 어린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했다. 아버지는 어린시절부터 쟈니를 인정하지 않았다. 음악으로 대성공을 거둔 뒤에도 아버지 눈에는 그저 쓸모없는 놈 쯤으로 비춰졌다. 인정받고 싶다고.

  쟈니는 결국 준의 도움으로 약물중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고, 다시 투어를 시작한다. 준과 함께. 그동안 수없이 많은 편지가 도착을 했지만, 읽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눈에 들어온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의 편지. 그는 첫번째 투어로 교도소를 택했다. 또 사랑에도 성공했다. 수없이 많이 40여 차례나 청혼을 밥먹듯 했으면서도 준으로부터 거절당한 쟈니. 하지만 결국 준의 승락을 받아내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았다는 이야기. 2005년 준이 죽고, 몇달 뒤 쟈니도 세상을 하직했다 한다. 평생을 투어를 함께 하며 노래를 부르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결국 죽음까지 함께 한 쟈니와 준. 애초 영화를 보기전 기대했던 한편의 아름다운 로맨스 일 뿐 아니라 한 뮤지션의 삶에 대한 아름다운 고백이다. 이 영화 또 디비디로 지를까봐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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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3-2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 ^^; 33으로 들어가면서 괜찮은 숫자들이 꽤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히피드림~ 2006-03-2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어즈'의 자서전을 보면 재기한 자니 캐쉬를 자신들 공연의 오프닝가수로 초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자니캐쉬가 몸만 와서는 도어즈 멤버들에게 악기를 빌려달라고 하죠.^^ 그러자 멤버들이 뭐든 맘껏 쓰라고 선배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멋진 오프닝공연을 보여준 자니에게 큰 감사를 표시하죠. 혹시 영화에 그런 부분은 없던가요?^^;;;

마늘빵 2006-03-2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펑크님 도어즈 얘기는 전혀 안나오던데요? 음. 자서전을 한번 봐야겠네요. 관심이 가요.

Kitty 2006-03-23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앙코르가 뭔가 했더니 walk the line이로구만요..
앙코르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받았다길래 영화를 두 개나 찍었나 했더니만..;;;;
이 영화 재밌다고 하데요~ ^^

마늘빵 2006-03-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키티님 제목을 바꿔걸었더라구요. ^^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