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상가들 -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
카를 야스퍼스 지음, 권영경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칼 야스퍼스가 이런 책을 썼는줄은 몰랐다. 야스퍼스라면 보통 실존주의 철학자로 분류되는 이인데 3년간 대학에서 철학을 했지만 야스퍼스에 관해서는 서양철학사 개론서 만큼의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실존주의로 분류되는 이들 중에서 니체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대학 강단 철학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듯 하다. 야스퍼스는 특출나게 주목받는 저서를 낸 것도 거의 없다. 기껏해야 제목만 알고 있는 <이성과 실존>이나 <철학적 신앙> 정도 뿐.

  <위대한 사상가들>은 야스퍼스의 철학을 모르고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또 야스퍼스 뿐 아니라 철학일반에 대해서도 아예 모르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일종의 입문서 역할을 한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 책은 철학서가 아니다. 그래서 제목이 '위대한 철학자들'이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들'이다. 원래 책은 '디 그로센 필로소펜' (독일어를 자판으로 어떻게 쳐야할지 모르겠다) 으로 '위대한 철학자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나, 본 책에서는 번역서에서 다루고 있는 이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철학자로 분류되는 이들을 다루고 있기에 제목이 그러했던 것이고, 번역서는 그 중 단 네 명만을 뽑아놔 따로 책을 만들었기에 '철학자들'보다는 '사상가들' 어울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역자가 야스퍼스의 '위대한 철학자들'로부터 뽑아낸 네 명의 '사상가들'은, 소크라테스, 불타, 공자, 예수 이렇게 네 명이다. 하지만 선택은 역자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야스퍼스는 이미 그의 저서에서 이 네 사람에 대해서 따로 언급하고 있다. 야스퍼스의 원저에는 이 네 사람을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철학의 기본모델로 제시하고 있었다. 그는 네 명을 모델로 제시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고찰한 네 명의 위인 외에도 아브라함, 모세, 엘리야, 조로아스터, 이사야, 예레미아, 마호메드, 노자, 피타고라스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만큼 역사적으로 깊이 있고 지속적인 영향을 준 인물은 없다. 유일하게 마호메드만은 역사적 영향력에서 네 명의 위인과 어느 정도 견줄 만하지만 인간적인 깊이에서는 이들을 따라갈 수 없다." (칼 야스퍼스)

  어떤 철학이나 사상으로서 후대에 영향을 끼친 인물로서 선정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포함하여 인간적인 면모까지도 살펴봤던 것이다.

  이 책은 하나의 잘 만들어진 네 명의 사상가에 대한 레포트이다. 그만큼 매우 쉽고, 간결하고, 정리가 깔끔하게 되어있다. 이 책을 보면서 야스퍼스니 실존주의니 떠올릴 필요도 없고,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도 않는다. 또 한편으로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고 있다. 되려 야스퍼스를 떠올리며 그가 썼으니 뭔가가 있을거야 라고 기대하는 것은 절대금물. 혹시라도 그런 기대를 품고 이 책을 들췄다간 실망할 것이다. 정말 아무 내용도 없으니.

  야스퍼스는 네 명의 위인들의 생애와 철학사상을 실제 그들이 한 말과 예를 통해서 사실감있게 보여주고 있다. 절대로 소크라테스와 불타, 공자, 예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이가 봐도 쉽게 느껴지는 책이다. 야스퍼스의 주관은 배제된 체 단순히 이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왜 철학자들의 모델이 되어야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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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도덕 교과서에 보면 인물탐구 라고 하여 네번에 걸쳐서 각각 두명씩 위대한 인물에 대해서 알아보는 단원이 있는데, 이 책은 학생들이 인물 탐구를 위해 따로 가볍게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야스퍼스에게서 뭔가를 기대하고 읽는 철학 관심자들은 기대를 거두고 중고등학교 학생용이라고 생각하고 읽으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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