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되기 한참 전부터 엄청난 홍보를 해대더니 개봉된 지 얼마 안된 지금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별 한개의 평점을 내리고 있다. 끄덕끄덕. 한개는 좀 짠가. 그럼 두개. 더는 못줘. <무극>이 개봉된 건 지금이지만 이 영화 이전에 장동건이 나온 영화가 하나 더 있었다. <태풍>. 사실 처음에 두 영화 모두 장동건이 출연하는 영화들이고, 장동건이 한류열풍 주역의 한 명이기에, 맨 신문에 한류열풍 어쩌구 하면서 두 영화가 자주 언급되었었다. 난 <무극> 과 <태풍>이 같은 영화인줄 알았다. -_-V  우리나라에선 <태풍>이고, 해외에선 <무극>인줄 알았지. <무극>이 해외에서는 또 <The promise>로 내걸린다고 하니, 머 그런면에선 일치. 요새 우리 나라 영화들이 해외에 자주 걸리는 바람에 국내 제목과 해외 제목이 딴판이 경우가 많고, 홍보 역시 <무극>으로도 되고, <The pomise>로도 되니 정신이 없을 밖에. 나만 그런가?

  무극. 한자로는 없을 無 자 , 다할 極 자를 써서, 다함이 없음? 흠. 영원하다. 뭐 이런 의미인듯 하다. 영화 속에서도 운명의 여신이라고 나온 자가 허공에 떠서 이런 말을 건네고 간다.

  한 번 운명을 받아들이면,
  강물이 거슬러 올라갈 수 없듯이,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죽은 사람이 살아날 수 없듯이,
  무엇도 그 운명을 바꿀 수 없다.



* 물에 잠긴 외나무 다리에서 운명의 여신은 옷자락 펄럭이며 말한다. 미래의 왕비 칭청에게. 그녀의 운명에 대해서.



* 도대체가 너무나 바보스럽고 멍청하고 순해빠진 노예 쿤룬. 하지만 그는 너무나 순수하고 착하다. 첫 만남에서 칭청을 구해내고 그녀를 위해 폭포로 뛰어든 그. 칭청의 사랑을 얻는다. 그도 칭청을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지.

 

  설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쿤룬(장동건)은 자신의 출생에 대해선 모른 채, 지금 현재 노예의 상태다. 노예로서 전쟁의 칼받이가 되어 나서지만 다른 노예가 다 죽어도 그는 죽을 수 없다. 빛보다 빠른 그 몸동작. 아니 영화 초반부터 그가 네 발로 길고 긴 협곡을 발도 보이지 않도록 달리는 통에 헉! 일단 충격 먹고 들어갔다. 어 이 영화 장난이 아니네? 현실과 거리가 먼 환타지의 세계를 다루고 있군. 사실 그건 모르고 봤으니까. 난 이 영화가 환타지인지 몰랐다. 그냥 스케일 큰 중국 무협 영화이려니 했지.

  왕비 칭청을 둘러싼 쿠앙민 장군과 그의 노예 쿤룬의 사랑 이야기. 칭청은 이미 어릴적 운명의 여신으로부터 자신을 사랑한 남자를 모두 잃게 된다고 들은 바 있다. 그러니 그녀는 사랑에 빠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랑에 빠져버렸고, 그녀를 사랑한, 그녀가 사랑한 남자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어떻게 죽건. 아름다움과 우러름을 받는 대신, 사랑하는 남자의 죽음을 운명으로 삼게 된 그녀의 사랑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영상미는 아름다웠지만 부담스럽게 아름다웠고, 줄거리는 부재. 요즘 영화들의 러닝타임이 대개 두 시간을 훌쩍 넘기는 데 비해, 이 영화는 102분의 러닝타임. 즉 한 시간 사십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보유하고 있지만, 영화는 너무나 지루하다. 아니 뭐야. 뭐 좀 터질려고 하면 또 암것도 아니고, 뭐 좀 있는가 싶으면 별거 없고. 기대감만 잔뜩 부풀리게 하고선 바람 빼놓는다. 장동건의 연기는 좋았지만 연기가 빛을 발할 만큼 받쳐주는 영화도 아니었고, 쓸데 없이 스케일만 크고 지나치게 미화된 영상미 때문에 되려 없는 줄거리 마저도 퇴색되어버리는 영화였다. 우리나라의 <단적비연수>를 생각하면 될듯. 뭐 한중일 삼개국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패왕별희>를 만들었던 첸 카이거 감독이 지휘한다하여 기대 좀 했더만 에이 아니올시다. 너무 다들 바람만 들어갔어. 실컷 띄워놓고 아무것도 아닌 영화는 간판이 얼마 못간다. 제작비나 뽑을까 모르겠다. 장백지도 별로 이쁜지 모르겠고.

  이만한 영상미와 스케일을 준비할 여력이면 줄거리에 좀 신경을 쓰지, 하는 아쉬움이 절실한 영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라시보 2006-01-3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백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그런지 예전의 얼굴이 사라졌습니다. 좀 마귀할멈같은 인상이라고나 할까요? 무극은 영상 자체가 너무 뽀샤시해서 보기가 망설여졌는데 님 평을 읽고나니 볼 마음이 더 없어집니다..^^

마늘빵 2006-01-3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백지를 아주 이쁘고 도도한 왕비 컨셉으로 잡았는데, 제가 봤을 땐 별로 이쁘지도 않았어요. 교통사고 야기는 몰랐는데. 흠. 그렇군요. 영상이 지나치게 뽀샤시해요. 과대하게. 많이 실망했어요. 원래 장동건 볼라고 본거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