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한편의 영화를. 전에 본 영화인가 싶었는데, 이상하게 본거 같은데 감상문이 없다. 아마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남기기 전 시기에 봤던 영화인 듯 싶다. 그냥 제목만 말하면 기억이 안나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슬슬 머리 속 구석에 박혀있는 장면들이 기어나온다.



* 일본의 기습침공으로 인해 모든 함대가 격침당했다. 선원들은 책을 읽다가, 요리를 하다가, 누워 자다가 어이없이 당해버렸고, 폭탄에, 기관총 난사에, 또 침몰된 항공모함 속에서 바다와 함께,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격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로 포장한 전형적인 미국식 애국주의 영화이다.  2차 대전이 진행되고 있던 시기, 아직 전쟁을 지켜보고 있는 미국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인해 진주만에 정박하고 있던 모든 함대가 격침당하고 수많은 해군과 공군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일본군은 350대의 전투기를 날렸고, 피해는 그 중 29대. 미국은 모두 싹쓸이 당했다. 병원을 제외하고는. 당연히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으로서 자존심이 상할 밖에. 대통령은 장군들을 모아놓고 복수를 다짐하며 방책을 논의, 지금껏 단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작전을 펼친다.



* 에블린과 그녀가 사랑했던 첫번째 남자이자 마지막 남자가 된 래프트.

  육군 중위 대니와 래프트, 두 사람은 어릴적부터 형제처럼 자라난 둘도 없는 친구 사이. 래프트는 군에서 만난 간호사 에블린과 사랑에 빠진다. 브리튼 전투에 지원한 래프트, 전투기는 바다로 가라앉고 에블린에게 전해진 사망소식. 옆에서 지켜보던 대니, 에블린을 위로해주다가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런. 하지만 래프트는 살아 돌아왔다. 죽은 줄 알았던 연인이 살아돌아오니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에블린과 대니. 하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에 맞선 도쿄 침공에 두 사람이 차출되고, 그곳에서 대니는 죽었다. 대니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에블린, 또다시 상처를 받고. 대니의 부탁으로 에블린의 예전 연인 래프트는 에블린의 곁에서 대니의 아이와 함께 가정을 꾸린다.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왔다. 그의 친구를 사랑했고, 그는 사망했다. 다시 옛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가정을 꾸린다. 이런 가혹한 운명의 장난. 에블린은 차례로 사랑했던 두 사람의 사망 소식을 접했고, 한 사람은 살아왔으나, 한 사람은 죽었다. 아무리 영화지만 참 너무한다. 여자의 심정이 어떻겠느냔 말이다. 사랑했던 첫 남자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홀로  슬픈 나날을 보낸 에블린, 그리고 곁에서 보살펴주던 그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 일,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래프트가 돌아온 뒤 그의 친한 친구와 자신의 여자가 사랑하는 연인이 되었단 사실에 충격받는 것 역시, 친구 대니를 미워하는 것 역시 또 이해된다. 내가 래프트라면, 내가 대니라면 어찌할까. 영화에서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래프트의 입장이 되었더라도, 대니의 입장이 되었더라도, 각기 두 사람이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말과 행동들을 나 역시 따르지 않을까 싶다.

 제 2 차 세계대전의 진주만 기습 상황을 재현했다는 의미에서 볼 만한 영화, 또 가혹한 운명의 장난질 속에서 보여준 세 사람의 행동에서도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영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 단지 너무나 긴 러닝타임이 다소 지루하기는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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