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구판절판


"과연 존재하는지 안다면 좋을 걸세. 나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특정한 사물에 대한 의견이 같거나 취향과 욕구가 비슷하기 때문에 만난 두 사람 사이의 일시적인 기쁨을 말하는 것이 아니네. 그런 것은 전부 우정이 아닐세. 우정은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결합이고, 그래서 그리 보기 드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간혹 있네. 그렇다면 그것의 원천은 무엇일까? 호감? 두 사람이 인생의 험난한 기로에 설 때마다 서로 지켜주는 것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약한, 공허하고 진부한 말이 아닐까. 호감?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모든 인간 관계 깊숙이에는 에로스의 불티가 존재하지 않을까. 여기 숲 속에 혼자 고독하게 남아 삶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네. 우정은 병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성별이 같은 사람에게서 찾는 만족과는 다르네. 우정의 에로스에는 육체가 필요없어. 육체는 흥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되지. 하지만 에로스는 에로스일세. 모든 사랑, 모든 인간 관계에는 에로스가 숨쉬고 있어. 이보게, 나는 많은 것을 읽었네."-140쪽

"이 하잘것없는 진실, 썩어 없어진 육신의 비밀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조란 무엇이고, 우리는 사랑한 여인에게서 무엇을 기대했던가? 나는 살 만큼 살았고, 이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네. 정조는 가공스러운 이기주의가 아닐까? 인간이 좇는 대부분이 그렇듯이 허영심의 산물이 아닐까? 우리는 정조를 요구하면서, 과연 상대방이 행복하길 원하는 것일까? 상대방이 정조라는 것에 구속되어 행복할 수 없는데도 정조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데도 정조나 희생 같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일까?"-242-243쪽

" '왜'와 '어떻게'에는 관심이 없어. 한 남자와 한 여자, 두 사람 사이에 '왜'와 '어떻게'는 어쨌든 한탄스러울 정도로 천편일률적일세. 처음부터 끝까지 경멸스러울 정도로 간단하지. 그것이 가능했고 일어날 수 있었으니, ' 그 때문에' '그렇게'이지. 이것은 진실일세. 끝에 가서 자질구레하게 묻는 것은 의미가 없어. 그러나 근본적인 것, 진실은 알아야 하네."-2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