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두시간 오십분의 러닝타임. 콜린파렐, 안젤리나 졸리, 안소니 홉킨스 의 빵빵한 출연진. 하지만 영화는 개봉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입소문따라 그다지 화려하지도, 많은 것을 보여주지도, 감동을 주지도 못했다. 두 시간 오 십분이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

  외국 영화 배우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알고 있는 콜린 파렐와 안젤리나 졸리, 안소니 홉킨스를 등장시키고도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 싶은 영화다. 콜린 파렐은 사실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영화 <폰부스>와 <데어데블>로 나의 마음을 사로 잡은 배우다. 젊은 탐크루즈라고 여길만큼 외모에서 느껴지는 인간다움과 부드러움, 그렇게 튀는 배우는 아니지만 서서히 다가와 스크린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풍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알렉산더>의 주연을 고르고 있을 때, 그를 지목하고 그의 금발과 연기에 필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전작에서 느껴지는 그만의 매력이 발산되지 못했다는 느낌만 받았다. 안젤리나 졸리 역시도 마찬가지. 아직 젊디 젊은 그녀를 콜린 파렐의 어머니 역할에 맡긴 그 설정 자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는데 졸리만의 매력은 알렉산더의 어머니 역할로는 부적합하지 않았나 싶다.



* 알렉산더 역의 콜린 파렐. 그의 금발과 수려한 외모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알렉산더의 카리스마를 확인하기에는 역부족.



* 아니 이게 누구? 섹시의 대명사 안젤리나 졸리가 아닌가? 그러나 그녀 역시 알렉산더 대왕의 어머니로는 부적합했다는 생각. 그녀는 머니머니해도 섹시로 승부를 봐야해. 여기선 그녀의 섹시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효리하테 장희빈 역할 시켜봐 어울려? 알렉산더 엄마를 장희빈에 비유하는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 알렉산더 대왕의 마지막 전쟁. 여긴 인도? 코끼리를 탄 부족과 알렉산더의 무적의 군대가 맞붙었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여기서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이 전쟁을 치루기 이전까지의 장장 7년에 걸린 대 장정. 병사들은 죽어나고 지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알렉산더를 원망하고 증오하지만 그의 부상으로, 그리고 그의 회복으로 병사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그리고 이 전쟁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실제 역사속의 인물 알렉산더가 걸어왔던 길을 영화로 만든 것일 뿐.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 한다는 의미 외에 이 영화를 통해 다른 무엇을 느끼기는 힘들 듯 하다. 엄청난 엑스트라와 물자를 동원해서 치룬 스케일 큰 전투 장면에서 전쟁의 잔인함과 참혹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영웅이야기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사랑 조차도 이 영화에서는 별다른 감동을 선사해주지 못한다. 이래저래 관객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없으니 당연히 역사속 인물 알렉산더의 다큐멘터리 역할을 해주는 것  밖에. 다큐멘터리 치고는 참 재밌고 실감나는 영화지만 스케일 큰 전쟁 영화로는 그다지 아니올시다 이다.   이와 비슷한 류의 영화들, <트로이>, <킹덤 오브 헤븐>, <킹 아더> 에 비해서 좀 떨어진다.

  세계사 시간에 배우는 알렉산더의 대장정과 업적들. 그것을 영상으로 확인하는 작업 뿐 그 이상 아무 것도 없다.

하나. 알렉산더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토록 기나긴 세월 동안 수많은 병사들의 죽음을 담보로 한 채 타국을 정벌했던 것일까. 전쟁에 지친 병사들은 묻는다. 이 전쟁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더냐? 부와 명예다. 그렇다면 그 부와 명예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 당신을 위한 것이냐? 한 왕국의 야망으로 많은 이들이 죽고 다쳤다. 누구는 자식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누구는 인생의 노년기를 전쟁터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뭘 위한 전쟁인가. 아무리 좋게 봐도 알렉산더의 야망 그것 말고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정벌을 설명하지는 못할 듯 싶다.

둘. 알렉산더는 정벌하는 곳 마다 그곳의 지배자를 존중해주고, 그들의 문화를 인정해주었다. 즉 이전에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 타민족은 야만족이다 라는 생각을 뒤집었다. 그래서 전쟁에서 이기고도 야만족을 대우해주는 바람에 아군 진영으로부터 미움을 받기도 했다. 알렉산더는 그것을 그들을 '해방시키는 것'이라 말했다. 그들은 분명 알렉산더가 지배하기 이전의 삶과 다른 삶을 살았고, 그리스 식의 교육을 받았다. 이것을 해방이라 볼 수 있는가. 지금 미국이 타국을 침략하고 그네들의 문화를 그곳에 뿌리내리게 하는 문화적 식민 작업과 알렉산더의 그것이 다를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늘의 미국도 이라크를 침략하면서 그들을 독재자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이다, 억압받는 이들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러한지는 지금의 이라크를 보면 알 수 있을 터. 알렉산더는 그리고 미국의 부시는, 타국의 이민족들을 '해방시킨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받아들이는 그네들도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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