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원치 않는 영화들을 자꾸만 보게 된다. 요즘 재밌는것도 참 많이 나오는데 왜 하필 이런거람. 동생이 시사회에 당첨됐다고 해서 일요일에 엄마랑 나랑 동생이랑 셋이서 롯데씨네마에 갔다. 영등포에 있는. 오랫만의 시사회 나들이. 작년에는 시사회에 참 많이 당첨됐는데 올해는 사실 찔러본것도 별로 없다. 찔러봐야 시간이 맞는거 찾아다니면 별로 없고, 또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터라 아예 안넣었던 것.
<무영검> 딱 포스터에서 어떤 영화가 연상되지 않는가? <단적비연수> 아흠. 우리나라 영화가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무협영화는 아닌 듯 하다. 계속 이렇게 여러 감독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부쩍 성장할 수 있으니깐 - 그저 다양한 시도를 하는 실험영화를 돈주고 봐주며 감상할 시간은 없다. 시사회라 돈은 아꼈으니 시간만 조금 투자하자 해서 봤으니 다행.
* 이서진, 밀려난 왕자. 넘 어설퍼.
* 신현준, 오 뽀대는 좀 나는데 넘 어이 없게 죽는다. 별로 악랄한 행동도 안한다.
* 이기용, 신현준의 꼬봉. 신현준을 좋아하지만 이용만 당한다.
이서진, 윤소이, 이기용, 신현준 네 주인공. 착한 편 나쁜편 각각 둘 씩.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짝지어서 싸운다. 원래 대결구도는 남자 대 남자, 여자 대 여자로 해야 재밌는 법. 신문에서 봤나. 감독이 신현준을 가리키며 이렇게 악랄한 악당은 처음봤다 라고 했는데, 사실 영화 속에서 신현준이 그렇게 악랄한지는 모르겠다. 그냥 멋있기는 했지만. 역시 영화 흥행을 위한 작업성 멘트였던 것. 신현준은 이런 무협영화에서 악역으로 자주 등장한다. 그의 날카로운 눈매와 가냘픈 턱선 하며 냉정함을 잃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보다. 영화 속에서도 썩 잘어울리긴 했다.
그런데 그의 상대역이라고 설정한 고수가 윤소이?! 난 첨에 윤소이는 그냥 일개 무사정도로 나올 줄 알았다. 고수치고는 너무 뽀대가 안나지 않느냐? 어설픈 무술동작에 자지러지는 진짜 무술가들하며. 보는 내내 넘 어설퍼서 뭐 우리 무협영화가 그렇지 그러고 있었다.
또 왕위 다툼에서 밀려나 변방 어느 찜질방(?)에 숨어 사는 껄렁이 왕자는 어떻고?! 이서진 정말 연기 어설펐다. 껄렁이 연기를 하려고 대사를 내뱉는 그것 자체가 너무나도. 모든 대사의 첫발음에 침이 퉤하고 튀기며 억양이 뭉그러지며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일부러 그런 티를 내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이 눈에 띄었다. 나중엔 이 밀려난 왕자가 결국 강호 고수 윤소이가 다친 뒤 필살기를 쓰며 신현준을 단숨이 무너뜨리는 장면은 왜 이리 웃긴지. 너무나 줄거리 자체가 어설프다. 좀 서로 맞는 상대끼리 싸우게 해야지. 아니 어쩜 죽어도 그렇게 어이없게 죽는지들. 공짜 영화치고는 괜찮지만 극장서 돈내고 보긴 좀 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