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탄생 - 대한민국에서 엄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0
안미선.김보성.김향수 지음 / 오월의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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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인간의 삶이란 자신이 속한 특정 제도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한 개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그가 수행해온 그리고 현재 수행하는 역할의 가치와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 이러한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속한 제도에 대한 이해를 선행해야 한다."(라이트 밀스, "사회학적 상상력")

6-7
자녀를 위해 자기를 버리고 헌신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는 믿음은 고도화되는 현대 사회의 경쟁과 점점 좁아지는 이른바 ‘성공’의 기회 속에서 조기교육의 압박으로 나타났고, 자녀의 미래의 성공을 예약하기 위한 투자 경쟁으로 나타났다. 먹거리와 입을 거리를 비롯해 장난감, 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공간에 이르기까지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갖가지 위험들은 엄마를 위험 관리자로 만든다. 공동체와 사회의 안전망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한국 사회에서 엄마들은 자녀 안전의 일차적인 책임자가 되지만, 이러한 부담을 홀로 떠안는 것에 대해 격려를 받기는커녕 ‘예민맘’이라는 질타를 받기 일쑤다. 여성 경제활동이 늘면서 더욱 많은 엄마들이 직장으로 향하고 있지만, 엄마들의 어깨에 지워진 일과 가족 영역에서의 이중 책임이라는 부담은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다.

25
역사적으로 볼 때 남성 생계 부양자와 여성 전업주부로 이루어진 이러한 가족 형태는 근대 중산층에게서나 발견되는 특별한 가족 형태이다.

50
2009년에서 2013년까지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쓰다가 고용보험을 상실한 노동자가 1만 1,399명이었다. 해마다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퇴직당한 셈이다.

99
젊은 부모들이 내 아이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대세인 양 보도되면서, 독자들은 시장이 제시한 소비 지향적 부모 노릇을 주입받는다. 소비가 좋은 부모의 척도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퍼져나간다.

240
오랫동안 사회를 지배하며 우리에게 영향력을 떨쳐온 ‘이상적 어머니’에 대한 환상이 이러한 요구를 만들어낸다. 어머니라면 누구나 자기를 희생하고 자녀에게 헌신하며 사랑으로 가득 찬 존재여야 한다는 믿음이 어머니에게 자녀와 가족에 대한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246
일터와 가정을 분리시키고 가정을 자본주의적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켰던 근대의 사회 조직은 이상적 노동자 규범과 이상적 어머니 규범이라는 쌍둥이를 낳았다.

247-248
이상적 노동자라는 규범이 일터에서 여성을 주변화하고 배제하기 때문이고, 이상적 어머니라는 규범이 여성에게 자애롭고 헌신적인 풀타임 엄마 노릇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267
워킹맘들에게 지워진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개의 책임, 두 개의 짐도, 친족을 동원하든 가사나 돌봄 서비스 시장을 활용하든 여성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로 여겨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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