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62 저학년 땐 내 손으로 생활비를 버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집이 정말 어려운 게 아니면, 공부할 때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게 나은 것 같다. "괜히 푼돈 번다고 고생하지 말고 공부에 매진하는 게 나아." 나의 멘토가 한 조언이다. 그분은 열심히 돈 벌어서 딸을 뒷바라지한다. 덕분에 딸은 미국 명문대를 다니며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하라는데, 그거 다 헛소리에요." 계절학기 수업에서 강사가 했던 말이다. 젊었을 때 공사판 일 등 온갖 잡일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남는 건 병뿐이었다. 실제로 강사는 몸이 안 좋아서 피자 한 조각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반대로 5년 동안 ‘아카(아빠카드)’를 열심히 긁어대던 내 친구들은 잘살고 있다. 이력서에 쓸 해외 경험도 많고, 브랜드 옷과 가방도 한가득 있다.
193 스펙을 좇아야만 하는 우리가 바쁘게 스펙을, 성공을 좇다 정작 스스로에 대해선 배우지 못했기에 취업의 어려움, 더 나아가 그 후에 인생의 어려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가족이란 울타리 내에서 ‘소비’만 하는 인생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진짜 취업 준비생이 돼야 할 때다.
214 강선일: 저 같은 경우는 추스리기 위한 작업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 노력해요. 원래 책 읽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특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책들은 사회 현실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이나, 그런 힘든 현실을 짚으면서도 희망을 놓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 그런 얘기를 하는 책들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그런 책들을 읽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어요. 하나는 이 세상에 대해서 좀 더 공부는 차원에서 봅니다. 제 나름대로 단련을 하려고 책을 읽는 거죠. 다른 하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끊임없이 고민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강화하고자 하는 게 있어요.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뭔가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나가고 하는 측면에서 좋은 게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도전받는 상황에 대해 잘 방어하고 있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어요. 그런 고민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랄까?
306 독일은 한국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요하네스 야콥 독일 노총 노동정책국장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이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놓인 평행선을 그대로 끌고 가는 구실밖에 하지 못한다. 일단 미니잡이라는 노동 시장에 발을 디디면 정규직으로 갈 수도 없고, 계속 비정규직 일자리만 맴돌 수밖에 없다. 한국이 독일의 실패를 따라 하지 않길 바란다."
310 1980년대 초 경제 위기를 맞아 실업률이 11%대로 급등하자, 네덜란드 노,사,정 대표가 모여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했다.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근로 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내용이었다. 노동 시장 개혁을 통해 고용률은 다시 높아졌고 ‘네덜란드병’은 치유됐다. 그 뒤로도 노,사,정은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복지 혜택을 누리는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률을 높이는 방안 등의 사회적 합의를 끌어냈다.
357 "눈을 조금 낮춰야 할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알아준다는 대기업에 들어갔어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돈 많이 벌면 뭐해요. 사는 게 그 모양인데. 후배들도 대기업만 바라보다가 사표 쓰는 게 아니라, 정말 원하는 분야의 조그만 기업이라도 들어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대기업은 정말 능력계발이 안 되거든요. 그냥 소모품으로 쓰이다가 버려져요. 반면에 작은 기업들은 인원이 적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대기업은 내 파트만 알고 다른 파트는 몰라요. 목표를 세웠으면 그걸 향해서 달려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방위사업청 공무원이 된 이종수 씨)
364 "내가 작년에는 일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울 뻔했거든요. 위에서는 일 진행 빨리빨리 하라고 그러고, 나는 그만큼의 능력은 안 되는 것 같고. 쉬는 시간에 나는 뭐하면서 사는 거지 생각하다가 ‘내가 돈의 노예가 되기 싫어서 일을 시작했는데, 이젠 일의 노예가 됐네? 어차피 노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고통을 분담하자는 말이 제일 싫어요."(모 토목회사 다니는 변현수 씨)
372 "뉴질랜드에서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만 대학에 간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취업을 위해 쓸데없는 학문을 배우는 경우가 많죠."(외국계 기업 인사 담당자 스티브 윌리엄스) "한국 취업 준비생들의 문제라면 다들 사무직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엔 수백, 수천 가지 일이 있죠. 그런데 사무직만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많은 일을 놓칩니다. 서울에만 있으려고 하는 자세도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 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회사에서 원하는 것이 너무 다르다는 것도 문제겠죠. 카센터나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라도 있으면 그걸 바탕으로 뽑을 수 있는데, 취업 준비생들에게 그런 것들이 없습니다."(외국계 기업 인사 담당자 스티브 윌리엄스)
374 "한국 취업 시장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이 대학을 나오고, 그들은 모두 영어 성적표며 자격증을 갖췄죠. 그런데 일 자체에 대한 능력은 없어요. 한국의 인사 스타일은 글레디에이터 스타일이더군요. 수많은 경쟁자를 경기장에 몰아넣고 거기서 서로 물고 뜯게 한 뒤 살아남는 자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시스템. (…)"(외국계 기업 인사 담당자 스티브 윌리엄스)
375 "(…) 인크루트와 사람인에서 찾을 수 있는 직업은 40%에 불과하죠. 60%는 알려지지 않은 직업들입니다. 그런데 지원자들은 그곳에 있는 직업들만 봅니다. 숨어 있는 직업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직업을 찾았다면, 왜 직접 전화하고 찾아가지 않는지, 왜 집에 앉아서 클릭만 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앉아 있지 말고 움직이세요."(외국계 기업 인사 담당자 스티브 윌리엄스)
378 "(…) 영국에서 취업 준비는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에요. 말씀하신 한국 취업 준비생들이 한다는 그룹 활동들이 솔직히 조금 이상하게 들려요. 적어도 제게는 그래요. 직업을 구하기 위해 ‘경쟁자’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거죠? 특이하네요."(영국인 대학생 조나단 브린)
388 "캐나다는 14살부터 고등학생들으 대상으로 고용 준비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정규 교육 과정에서 직업 적성, 구직 활동, 이력서 작성 등에 대한 교육을 받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뒤에는 견습생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정규 교육을 통해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캐나다 빅토리아대 산학협력 취업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조이 폴리킨)
413 "너 아니어도 들어올 사람 많다고. 네가 여기 아니면 어딜 가겠냐고, 기업들은 배짱을 튕길 수 있다. ‘압박 면접’ 같은 이상한 제도가 유지되고 신입사원들을 ‘사상 검증’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말 그것들이 중요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이다.(노정태)
417 좋은 학벌과 기타 무형적 자산을 취득하고 손쉽게 ‘취준생’ 딱지를 떼어버리는 상위 그룹, 어떻게든 안정된 일자리를 얻고자 사회 진출을 끝없이 보류하며 도서관으로 향하는 ‘취준생’들의 중위 그룹, ‘취준생’이 될 수 있을 만한 경제적 여유조차 없기에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얻고 불안정고용의 세계로 뛰어들어 평생 그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는 하위 그룹, 우리는 한국 사회의 청년들을 이렇게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이 세 가지 신분은 그들의 부모 세대의 그것과 연결된다.(노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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