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 관한 짧은 우화 - 반 룬 전집 2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김흥숙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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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입은 아이는 불을 무서워한다. 젊은이는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 궁금한 자가 직접 찾아 나서게 하라."(지둠-지둠의 답변)-24쪽

"인간의 문명은 훌륭하고 장대하며 화려하고 놀랍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것은 정신이 단순한 무생물 위에 이룬 가장 위대한 승리이다. 삶의 현실적인 면에 관한 한 거의 모든 면에서 그것은 측량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방식보다 우월하다. 그러나 깊이 연구한 끝에 나는 인간의 방식에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으며, 그들의 영광스러운 승리 한복판에 조만간 비참하고 수치스러운 패배를 가져올 재앙의 요소가 있다는 유감스러운 결론에 도달했다. 안됐지만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즉 우리 동물들은 우리의 백인 이웃들을 흉내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오래 전에 잊어버린 무언가를 우리들은 아직 알고 있다. 그건 진실하고 도리에 맞는 삶은 존재의 궁극적 실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만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인간은 자연의 기본 질서에 순응하기를 거부한다. 그 결과 인간은 파멸하게 되어 있다."(존 경의 보고문)-196쪽

"제 결의문은 이겁니다. 단지 이것뿐이빈다. 즉 우리 코끼리들은 영원히 코끼리로 남아 있기로 결의합시다." (존 경의 결의문)-200쪽

"우리의 세계에는 영원히 변치 않을 오래된 가치, 사랑, 관용을 지닌 것들이 이리도 많은데, 왜 결코 풀리지도 않을 그런 문제들에 대해 신경을 쓴다지? 아내에 대한 사랑과 존경, 친구와의 우정, 우리의 아이들이 훌륭한 후계자가 되도록 키우는 즐겁고 감사한 일, 태양이 먼 바다로부터 다시 떠오르는 이른 아침의 아름다움, 보람 있게 보낸 하루의 끝에서 어둠이 언덕과 골짜기에 내려앉을 때, 우리의 수많은 실수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존재의 영원한 실체에 충실했음을 느낄 때, 그때 우리를 찾아오는 만족감."-204쪽

그 모임은 오후 늦게야 끝났고 모든 동물들은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늙은 고릴라 하나는 서기 새가 존 경의 보고서를 묶어둔 나무 앞에 한참 머물면서 그것을 좀 더 잘 읽어보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는 생각에 잠긴 채 오른쪽 귀 뒤를 긁적이더니 짚 한 오라기를 집어들고 마음 속으로부터 나오는 듯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매우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건 언젠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인간 사촌들과 닮은 걸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구사일생이로군, 구사일생이야! 아슬아슬하게!" 혼잣말을 하며 그는 조용히 카드 놀이를 하던 곳으로 돌아갔다.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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