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뻗는 재덕이를 욱질러 물가에 끌어 앉히곤 세수를 시켜주었습니다. 때가 끼어 엉겨붙은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머리도 감겨 주었습니다. 엄마가 날 씻길 때처럼 철썩철썩 때려가면서.
재덕이를 씻기는 동안 나는 점점 내가 커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삐쩍 마른 재덕이는 실제로도 나보다 덩치가 작습니다.
그래서가 아니라 재덕이는 바보니까, 나보다 한살 많더라도 동생처럼 여겨야지, 그리고 앞으론 때리지 말아야지 하는, 조금은 쑥스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