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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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한국어판 서문
선택 이데올로기의 역설은, 현실에서 선택의 여지가 점점 더 줄어든다 할지라도 성공하지 못한 것은 자기 잘못이라고 믿어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13-14
어떤 인생을 선택할까 궁리하느라 실제 살아가는 일 자체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새뮤얼 존슨의 "라셀라스" 30장에서 이믈락이 라셀라스에게 하는 말)

"선과 악, 행과 불행을 결정하는 원인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불확실하며 또 서로 뒤엉켜 있을 때가 참 많습니다. …… 따라서 삶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어떤 확고하고 절대적인 선택 기준을 찾으려는 사람은 아무리 평생 동안 궁리하고 모색해도 결코 그것을 찾지 못한 채 죽어 버릴 겁니다. …… 인생을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인간은 누구든지 예측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순응하고 싶지 않았던 원인들에 이끌려 현재의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랍니다."(새뮤얼 존슨, "라셀라스" 중 어떻게 하면 최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느냐는 왕자의 질문에 대한 이믈락의 답변)

15 서론
개인은 자기 삶의 세세한 모든 것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궁극적 주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소비 사회는 우리에게 상품을 선택하라고 요구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결정과 선택들의 혼합물로 보라고 말한다.

26
이 책의 목적은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생각, 그리고 ‘자기만의 모습을 찾아라’라는 명령이 어떻게 우리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기 시작했고,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더 불안하고 더 탐욕스럽게 만들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28
자신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는’ 일에 힘쓰는 동안 우리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전망을 잃어버리고 만다. 또 자기 계발에 몰두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과 능력도 상실하고, 왠지 실패하고 있다는 느낌에 늘 불안해한다.

31
선택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강력한 기제로 정치적 개입과 정치적 과정 전반의 토대가 된다. 하지만 선택이 개인적 삶을 꾸려 나가는 데 필요한 궁극의 수단으로 찬양될 때, 사회적 비판의 여지는 거의 사라지고 만다. 개인적 선택에 집착하는 동안 우리는 선택이 결코 개인적이지 않으며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55
자기 계발서와 관련해 결정적인 점은, 분명히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갈구하는 독자들이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계발서는 더 행복하고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자기 계발서가 이룬 실제 결과이다. 다시 말해 이런 책들은 불행을 없앤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은 어디에나 만연해 있다는 생각을 강화했다. 자기 계발서는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결점들과 부족함에 관심을 집중시켰고 늘 자기 결함에 노심초사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기 계발을 추구한다.

58
코치의 지도 아래 학생은 삶을 지배할 수 있다고 배운다. 하지만 역설적인 점은, 학생이 코치에게 복종하고, 자신의 환경에 순응하는 법을 코치에게서 배워야만 자기 삶에 대한 지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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