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도 포스터가 유치하네? 99년 포스터인데 무슨 007시리즈를 떠올린다. 불과 6년전의 영화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건가? 요즘 포스터들은 다 멋있는데. 우리나라 영화만 봐도 영화가 대박터지기 시작하면서 신경을 써서 그런건지 포스터가 다 이쁘다. 한번은 어느 영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 나비효과였나? - 외국영화를 우리나라에서 홍보를 하는데 포스터를 새로 제작했나보더라. 그런데 이 포스터가 맘에 든다고 외국에서 다시 사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두 유명 도둑의 이야기. 늙었지만 분위기 있는 남자 숀코너리와 이쁘고 날씬한 여자 도둑 캐서린 제타 존스. 얼마전에 캐서린 제타 존스가 나왔던 <마스크 오브 조로>를 보고서 그녀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했었는데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금방 또 보게 될 줄이야. 금방 개봉한 것도 아니고 한참 전의 것을. 요새 케이블에서 뭐 그런 시리즈 하나? 캐서린 제타 존스 다시 보기. 뭐 이런거. 참 아까 지나가는 자막을 보니깐 삼순이 때문에 유행을 타서 그런가본데, 영화속의 '삼순이'찾기 기획을 하나보더라. 지금껏 개봉되었던 영화들 중에서 삼순이스러운(?) 여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영화들만 따로 모아서 방영하는 거다. 이렇게 시리즈물로 묶어서 보면 또다른 재미가 있을텐데. 뭐 그렇다고 티비 앞에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만을 골라서 훔쳐내는 두 도둑놈년들. 서로 각자 딴 맘으로 접근하게 되지만, 두 남녀가 만났으니 - 비록 남자가 늙기는 했지만 - 어찌 러브스토리가 없을 수 있더냐. 본래 계획은 마음 속에 숨겨두고 둘은 서로에게 진심으로 빠지게 된다. 함께 고가의 미술품을 훔치는 작업을 성공해내고, 또다시 국제은행에서 80억달러를 인출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원래 '앤트랩먼트'라는 제목의 뜻은, 함정에 빠지게 하다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본래 두 남녀가 서로를 함정에 빠지게 하려던 것을 일컫는 말. 나중엔 두 남녀가 짜고 다른 놈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함께 떠나버리지만.

  이 영화를 보는 재미 하나는 고가의 예술품을 털기 위해 삼엄한 경비와 보안시스템을 헤쳐나가는 이들의 묘기를 보는 것. 영화 처음부분에 캐서린 제타 존스가 몸에 짝 달라붙는 옷을 입고 숀 코너리의 지시에 따라 적외선(?) 망을 부드럽게 피해가는 장면. 뚱뚱한 여자는 도둑질도 못하냐? 라는 소리도 나올 법 하다. 크크. 묘기와 더불어 그녀의 S곡선을 감상하는 재미도. (퍽)

  영화를 보는 두번째 재미. 숀 코너리다. 그는 정말 하는 영화마다 어쩜 그렇게 다 멋있는 역할만 따내는건지. 내가 나중에 10년, 20년, 30년, 40년, 50년 지나 늙어 쭈글쭈글 할아버지가 되면 숀 코너리같이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쩜 저렇게 멋있게 늙을 수 있는거야. 그러기 위해선 여기저기 돈 투자를 많이 해야겠지만... 뭐 숀 코너리는 지방흡입이나 아니면 하다못해 보톡스 수술도 안해봤겠어? <파인딩 포레스트>에서의 늙고 분위기 있는 은둔형 작가, <더 록>에서의 카리스마 있는 메이슨, <카멜롯의 전설> 이나 <의적 로민 후드>와 같은 영화에서의 중후하고 정의로운 사내 등등 이 사람은 내내 멋쟁이만 도맡는다. 관객들이 배우에 대해 갖는 이미지의 대부분은 영화를 통해 만들어지듯이 그의 실제 모습과는 달리 내가 그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숀 코너리가 아니라 할지라도 난 그렇담 숀 코너리의 환상을 쫓아 늙고 싶다우.

  오래전에 봤던 영화였지만 다시 봐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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