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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된 아버지 - 책가방문고 1 ㅣ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33
토마스 앤스티 지음, 조기룡 옮김 / 내인생의책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동화 읽기 제 4탄. <아들이 된 아버지> 는 제목 그대로 아버지가 아들이 되고, 아들이 아버지가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의 몸이 자기 몸이 아닌 타인의 몸으로 바뀌는 이야기는 이미 영화에서도 써먹은 바 있는 소재다. <핫 칙>이라는 영화에서는 머리까지고 늙고 키도 작은 한 땅달보 좀도둑이 마법의 귀걸이로 인해 이쁘고 날씬하고 매력적인 한 여고생과 몸이 바뀌는 상황을 그려냈었다. 서로 극에서 극으로 몸뚱이가 바뀌어버린 두 남녀는 자신의 몸을 찾기 위해 찾는다. 하지만 이내 여고생의 몸으로 바뀐 좀도둑은 아쉬울게 없다는 걸 깨닫고 이쁘고 매력적인 몸을 가지고 나름대로 살아가는데, 몸이 바뀐 여고생 입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들이 된 아버지>에서는 거꾸로다. 나이 어린 아들과 머리까지고 배나온 늙은 아버지와 몸이 바뀌었는데,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몸을 가지게 된 아들보다 아들의 몸을 가지게 된 아버지가 더 난리다. 상황인 즉 아들의 몸을 가진 아버지는 이제 기숙사 학교로 들어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생활해야하는 것이다. 공부도 해야하고, 선생님께 혼나고 맞고. 반면 아버지의 몸을 가지게 된 아들은 회사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나가고 나가서도 직원들과 전쟁놀이나 하려고 하고, 집에서도 딸과 놀아주는 다정하고 착한 아빠가 되었다. 아버지의 몸을 가진 아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하지만 아들의 몸을 가진 아버지는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동화 속에서 이런 상황설정을 한 것은, 아마도 어린아이들이 맨날 공부만 하고, 선생님께 혼나고,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하는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나 어른의 세계로 들어갔을 때의 좋은 점, 나쁜 점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도록 하는데 있다고 봐야겠다. 하지만 동화 속에서는 어른이 되어서의 나쁜 점이 부각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이들은 이 동화를 읽고 오히려 어른이 더 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아버지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인지도 모른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 아니라 어른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라는 말이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지 말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라는 의미로.
아이와 어른이라는 두 가지 시각을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한 동화이다. 시각의 차이, 관점의 차이를 느낄 수 있고, 거기에서 뭔가를 생각할 수 있다면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