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일공일삼 6
페터 헤르틀링 지음, 페터 크노르 그림, 박양규 옮김 / 비룡소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동화를 읽어본게 어언 몇년이냐? 사실 난 어렸을 때도 동화라는 걸 별로 읽어본 기억도 없다. 집 분위기가 책 읽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우리집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안읽었으니 중학교, 고등학교 가도 책을 안읽었고, 그저 철학이 좋아 대학 2학년에 전과를 하고나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나의 독서경력은 별로 안된다.

 <할머니> 부모님을 잃어버린 한 남자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른 젊은 친척들도 많지만 할머니는 구지 자신이 손자를 데리다 키우겠다고 하신다. 몸도 편치 않고 가진 것도 없는 할머니가 어떻게 한창 개구질 나이인 10살짜리 꼬마 남자아이를 기르겠다는건지.

 할머니는 매우 가난하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 아동복지원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니 정말 말 그대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지 그 이상의 사치는 용납되지 않는다. 아파도 웬만해선 병원가서도 안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치료를 한다. 이제 힘에 겨워 걷기도 힘들지만 택시를 타는 것은 사치다. 옷도 꿰매 입어야 하고, 비싼 옷은 엄두도 못낸다.

 이 책은 초등학교 동화 중에서 꽤 유명한가보다. 나야 잘 모르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많고 편집자 추천까지 되어있는거 보면 그러지 않을까 추측. 감동을 주기 위한 동화지만 난 감동은커녕 눈물 한 방울 찍 하지도 않는다. 감정이 메말라버린건지. 아니면 더이상 이런식의 감동은 내게 통하지 않는건지. 하지만 마음 여린 아이들이 읽기에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동화는 짧게 짧게 여러 단편으로 짜여져있고, 각각의 장이 끝난 뒤에는 할머니만의 독백이 자리하고 있다. 그 장에서 벌어졌던 에피소드를 겪고 난 뒤에 할머니 혼자만의 생각을 담아놓은 것이다. 홀로 남은 손자를 키우며 아들내미를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에겐 며느리였고, 아이에겐 엄마였던 여자를 놓고 서로 싸우기도 하면서 왜 같은 사람을 놓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고. 할머니의 독백은 매우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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