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번 봤던 영화이지만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자 다시 봤다. 다시보니 감동만 남고 내용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마치 처음 보는 영화같았다.

 <제리맥과이어>는 내가 좋아하는 탐크루즈와 르네 젤위거가 주인공인 영화이다.

 발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높은 고층 빌딩들. 이 동네를 거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성공한 사람이다. 제리 맥과이어는 성공한 스포츠 에이전트이다. SMI 라는 거대한 에이전트 회사에서 일하며 수십(?)명의 스포츠 선수들을 관리하는 인정받고 돈 많이 버는 에이전트다. 그러나 그는 어느날 새벽 집에서 필받아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이른바 '제안서'. 25쪽의 소논문 분량의 제안서를 쓰고나서는 110부를 복사해 다음 날 아침 회사 간부들의 우편함(?)에 집어넣는다. 사.고.예.감.

 그의 제안서를 읽어본 회사 사람들 모두가 박수를 치며 그를 환영하지만 한쪽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간다.
 
 "얼마나 갈까?"
 "길어야 한달? 다음주면 짤릴지도 모르지"
 (정확한 대사 아님)
 
 아니 도대체 무슨 내용의 제안서길래?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은 뛰어난 기량을 가진 스포츠 선수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이다. 광고를 따주고, 연봉협상을 벌이면서 선수들에게 최대한의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고, 그 자신 또한 거기에 따르는 커미션을 얻어냄으로써 생계를 유지한다. 많은 연봉을 따내고, 많은 광고를 따낼수록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도 많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에이전트라는 직업은, 스포츠 선수들을 상품화시킴으로써만 가능한 것이고, 까놓고 얘기하면 상품이 된 선수들을 얼마나 비싼 값에 팔아넘기느냐 하는 문제가 그들의 주된 관심사인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활약하던 안정환이 프랑스리그로 팔려간 것은 그의 에이전트의 노력의 결과이다.

 에이전트는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를 어쩔 수 없이 상품으로 취급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맥과이어는 여기에 딴지를 걸었다. 그들을 상품으로만 취급하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것인가를 고민하지말고 수익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그들을 좀더 인간적으로 대우해야한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회사에 뿌린 것이다. 당연히 회사의 경영철학과 반대되는 이야기임은 말 할 것도 없다. 이긍 짤렸지 머.

 회사 후배이자 또다른 에이전트로부터 해고통보를 받게 되고 한순간에 실직자가 되어버린 제리. 하지만 그를 따라 나선 이가 있으니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경리 도로시다. 아이 딸린 26살난 유부녀 도로시. 그는 제리 맥과이어의 제안서에 감동했고, 그의 영혼에 반했다.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도로시, 멋도 모르고 회사를 나와버렸으니 어쩐다?

 제리는 그가 관리하던 선수들에게 연락해봤지만 이미 다른 동료가 선수친지 오래다. 남은 한명이 미식축구선수 로드 티드웰. 하루종일 수다를 떨어대며 남을 비방하고 자신이 최고인줄 아는 로드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꽤나 피곤하겠다. 경기는 잘하지만 몸집이 작고 매너가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로드. 하지만 제리는 그를 위해 백방으로 뛴다. 이 둘은 더이상 이전의 에이전트와 선수의 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유대감으로 맺어진 친구이다. 친구가 친구를 위해 일하고, 친구는 친구를 끝까지 믿는다. 영화의 결과야 당연히 두 사람의 성공으로 끝난다.

 

 사회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나는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린다. 물건을 사고 팔아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는 물건을 구입하고 소비하지만 한편으로 나 자신이 구입되고 소비되는 또다른 상품인 것이다. 회사에 어렵게 들어가 뼈빠지게 일했다. 수당도 없이 야근에 야근을 거듭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었다. 이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퇴출당했다. 수십년간 일했던 직장에서 쫓겨난 자의 기분이 어떨까? 나는 지금껏 회사의 소모품이었고 건전지가 다 되자 버림받았네.

 흔히 사회는 냉정하다 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며 지금 나의 친구, 나의 동료라고 할지라도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지금 너의 친구가 후일 너의 적으로 바뀔 수도 있느니라. 영화 속에서 제리가 처한 상황이 딱 그것이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해고통보에도 끄덕없이, 아무런 변화없이 그들의 삶을 진행시키고 있고, 나는 그들에게 잊혀져야할 존재인 것이다. 이 냉정함. 이 살벌함.

 제리는 자신은 내쫓겼지만 자신의 철학대로 업무에 있어 고객이 되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고객으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대해줬고, 그에 따른 어려움과 고난도 많이 겪었지만, 결국 그들의 신뢰를 얻었고, 함께 성공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존재인가? 나는 제리같은 존재인가? 생각해보면 나 또한 냉정한 사회 속에서 함께 냉정해지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동료를 대함에 있어서, 학생들을 대함에 있어서, 난 그들과 부대끼지 못했고 그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지 못했으며 언제나 외따로 놀았다. 그건 나의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성격만을 탓할 수는 없다. 나의 노력으로 바꿔야지.

 영화속에서 제리를 외면했던 동료들도 제리의 철학에는 동의했을지도 모른다. 제안서를 읽어보고 박수를 치던 동료들과 해고된 이후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동료들은 같다. 하지만 그들은 당신의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당신과 함께 싸워줄 만한 여력은 없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나 친구 같은 인간관계를 원할 것이고, 냉정하기보다 따뜻하고 정감있는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일하기를 원할 것이다. 단지 사회는 냉정하기 때문에 나 또한 냉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것일 뿐. 눈치보지 말구 모두가 나의 마음을 열고 일을 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오늘부터라도 좀더 열린 자세를 취해보자.

 

 

* 르웰 젤위거의 입술은 정말 매력적이다. ^^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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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5-07-23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how me the money..전 제리 맥과이어만 떠올리면 이 대사가 기억난다는..^^;;..탐크루즈,르네 젤위거의 연기가 돋보이는 멋진 영화라고 생각해요..

마늘빵 2005-07-2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ㅎㅎㅎ 로드가 이치던 그거군요. 쇼미더머니 ㅋㅋㅋㅋ 엄청 수다를 떨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