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분의 러닝타음은 너무나 길게만 느껴졌다. 요즘 웬만한 영화는 죄다 백분을 넘기는 상황에 짧은 러닝 타임으로 긴박한 긴장과 공포를 선사하리라고 믿었던 영화는 기대이하의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주었다. 더운 여름날의 공포는커녕 짜증만 더해졌다.

 송일국과 장신영이라는 괜찮은 배우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의 허술함과 밋밋함으로 그저그런 영화 중 하나로 기억에 남았다. 김동빈 이라는 감독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나와 대우조선에서 일하다 충무로에 입성했다고 하는데 대학 시절 영화동아리에서 했던 활동을 바탕으로 감독신고를 하기에는 그는 너무도 경험이 부족했고 아이디어가 없었다.

 밤 11시 50분의 심야열차의 비극. 과거에 일어났던 대형열차사고로 죽은  귀신들이 이 기차에 타고 있다. 이 기차는 오늘이 마지막 운행. 과거와 현실이 교차하며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그저 과거에 열차사고가 있었다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다. 그리고 이 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 또한 그게 전부다. 그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고 좌석에 앉은 관객들은 어이가 없을 밖에. 공포영화로 분류되지만 공포도 선사해주지 못하는 공포영화. 그냥 황당할 뿐이다.

 열차 바닥을 뚫고 등장하는 여자귀신은 오히려 웃기다. 이건 영화 주온이나 그루지를 보는 듯 했다. 최근 본 영화 <그루지>에서는 어느 한 건물의 복도 문 밑으로 통과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이 있었고, <레드아이>의 그 장면은 그것과 너무도 흡사했다. 물론 <레드아이>가 더 먼저였고, <그루지>가 더 나중이었지만, <그루지>의 모태가 된 <주온>이 <레드아이>보다 우선한다는 점에서 나의 이 비난은 정당하다. 물론 감독이 그걸 카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은 왜 '레드아이'일까. 이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빨간눈' 이미 죽은 사람들의 눈이 빨간색이었던가. 모르겠다. 별로 보여주는 것도 없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영화. 너무 혹평했다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이 영화가 개봉됐던 당시에 다른 영화를 보기 위해 이 영화를 포기했던건 역시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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