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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 김혜니 교수 에센스 세계문학 1
토마스 불핀치 지음, 김혜니 옮김 / 타임기획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신화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어린이용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가 나오고 붐이 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우리에게 친숙하고 어렵지도 않다.
우리네 신화격인 <삼국유사>는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서양사상, 서양문화의 기원인 그리스 로마 신화가 각광을 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어쨌든 서양을 이해하는데 있어 기본이 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많은 이들이 친숙해지는 것은 좋은 현상인 듯 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보통 토마스 불핀치가 쓴 책이 가장 많이 읽힌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책들도 대부분 토마스 불핀치의 책을 번역하거나 짜집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혜니 교수의 에센스 세계문학의 시리즈 1권인 <그리스 로마 신화>도 역시 토마스 불핀치의 책을 토대로 편역한 것이다. 이전에 <신곡>을 언급하면서도 고전 축약본에 대한 생각을 밝혔지만 나는 고전을 축약해서 내놓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축약함으로써 고전의 묘미를 다 살릴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바가 없겠지만 사실 두꺼운 원전을 번역하면서 이미 한번의 오류를, 그리고 완역본을 축약시키면서 또 한번의 오류를 범하며 고전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임기획의 <그리스 로마 신화> 또한 완역본의 축약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무수히 많은 신들이 등장한다. 제우스, 헤라, 프로메테우스, 아폴론, 다프네, 바우키스, 나르키소스, 에로스, 프시케, 시지포스, 안티고네 등 이런 식의 이름이 익숙치 않은 우리에게는 이들이 누구인지 일일히 다 기억해내기 힘들다. 물론 자꾸 자꾸 보면 구분이 되겠지만 처음에는 정신이 없다. 오히려 원전 완역본을 읽는 것보다 만화로 먼저 접한 아이들이 신의 이름과 특성을 더 잘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재미와 흥미를 느낀 아이들은 마치 포켓몬스터 만화에 나오는 포켓몬의 이름과 성격을 다 파악하고 있듯 그리스 로마 신화도 그런 만화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장들이 재밌고 쉽기 때문에 책은 금방 읽힌다. 문제는 나중에 기억해내려고 하면 너무 많은 신들의 경우를 본지라 기억하기 쉽지 않다는 점. 내가 아직 그리스 로마 신화에 친숙하지 않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책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흑백의 삽화들은 읽으면서 흥미를 더욱 유발시킨다. 읽으며 상상한 장면들과 삽입된 그림들을 보면서 비교도 해보며.
가급적 완역본을 읽었으면 좋겠지만 단기간 내에 고전을 훑어보려는 사람들에겐 타임기획 시리즈 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고전은 천천히 뜯어보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타임기획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본 것은 완역본을 읽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