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꼭 봐야할 영화였다. 그래도 이제야 본 것은 다행이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꼭 봐야할 영화.

 이 영화가 개봉했던 당시 분명히 이 영화를 봐야겠다 하고 마음 속으로 찜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사정으로- 그것은 아마도 이 영화와 동시에 개봉되었단 다른 로맨스 영화에 눈길이 더 쏠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금 그 영화가 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그냥 지나치게 된 영화다.

 '길 영거'라는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무명감독이 만든 영화이지만 주연 '제니퍼 러브 휴잇'이라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만한 영화였다. 제니퍼 러브  휴잇이 출연한 영화들은 대개 성공을 거두었다. <시스터 액트>도 그러했고,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도 그러했고, <하트브레이커스>나 <턱시도>, 그리고 최근에 본 <어바웃 러브>까지 그녀가 출연한 영화의 제목들은 모두 익숙하다. 특히나 나는 그녀가 지금 언급한 영화들에 출연했는지조차 몰랐는데 이는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데 비해 배우들에 무관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각각의 영화들에서 보여준 이미지들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지 얼마 안 된 <어바웃 러브>에서 조차도 그녀가 나왔는지를 나중에 알았으니.

 그녀에 대해 한 마디 더 하자면 79년생으로 나와 동갑내기인 이 여자는 참 일찌감치도 성공의 문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영화계에서도 CF계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음반을 낼 만큼 뛰어난 가창력을 소유하고 있기까지 하니 성공할 만도 하다. <이프온리>에서는 마지막에 그녀가 직접 노래를 부르기까지 했다. 영화를 보면서 설마 실제로 부르는 거겠어? 했는데 진짜였다.

 '사랑'이라는 같은 주제를 놓고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영화들을 접해왔고 앞으로도 이 주제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리 퍼내어도 바닥이 나지 않는 주제이고 아무리 접해도 언제나 새롭고 참신한 주제가 사랑이다. 나이 어릴 때, 성년이 되어서, 사회에 발을 디디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동안에 같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놓고도 각각의 시기마다 다른 느낌을 품게 된다. 시간의 흐름뿐만이 아니라 만남, 설레임, 익숙함, 갈등, 이별로 이어지는 사랑의 시작과 끝-사랑에 시작과 끝이 있는지는 더 이야기해봐야할 거리이지만- 의 시점에서도 같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놓고도 사랑의 대상이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은 다르다. 
 
 성공한 젊은 비지니스맨 이안과 이안을 따라 미국에서 영국으로 와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졸업을 맞이하는 사만다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둘 사이엔 뭔가 문제가 있다. 이안은 언제나 사만다보다 일이 먼저이고, 사만다는 이런 점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사만다의 졸업식 연주회 날짜도 까먹고, 사만다를 위해 부모님을 뵈러 미국에 갈 생각도 시간도 없으며, 졸업선물을 해줄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둘의 일상 속에서 이안은 언제나 사만다를 소외되게 만든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라는 류시화 시인의 시집 제목은 이런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해준다. 함께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사만다. 

 졸업연주회가 끝나고 밥을 먹고 이안에서 이런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해버린 사만다는 택시를 타고 훌쩍 떠난다. 미국으로 가려는 셈. 하지만 이안은 함께 택시를 타지 않는 것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사만다의 죽음이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이안은 그때서야 자신이 사만다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를 이안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이런 자고 일어나니 사만다가 내 옆에? 이안을 놀라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사만다가 살아있고 나는 꿈을 꾼 것인가? 그러나 너무 생생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사만다의 죽음 이전의 상황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안은 사만다의 죽음을 막기 위해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하지만 아무리 피해도 결국 이전과 같은 일이 반복된다. 그리고 이안은 깨닫게 된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 것은 나에게 사랑을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는. 그리고 운명을 받아들이고 마지막 순간. 사만다와 함께 택시를 타고 교통사고는 난다. 하지만 정면충돌한 것은 이안이고 사만다는 이안의 품에서 살아남았다.

 슬픔은 이안에서 사만다에게로 옮겨갔지만 적어도 이안은 저 세상에서 행복하다. 나중에서야 사만다는 깨닫는다. 이안이 이런 결과가 올 것을 짐작했었다는 사실을. 이안은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며 사랑하는 사람을 지켰고 이로써 이안이 사만다를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은 증명되었다. 물론 이는 이안에게 주어진 기회를 통해서 깨닫게 된 것이었지만.

 나는 이안와 참 비슷한 놈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사랑은 다른 것과 함께 순위를 매길 수 없는 것이라고 되뇌이곤 하지만 솔직히 다 드러내고 말하자면 나는 나의 자아실현이 첫번째이고, 사랑은 그 다음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만다와 같은 소외감을 느낄 것이며 나 또한 이를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변하지 않고 있다. 사만다의 죽음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서일까.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사랑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할까. 그건 모르겠다.

 단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순위가 내게 있어 아직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또 내가 그녀에게 미안해한다는 사실. 그것뿐.


 아래는 제니퍼 러브 휴잇이 영화 속에서 졸업연주회 마지막에 직접 부른 노래이다.

  <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

Today, today I bet my life
You have no idea
What I feel inside
Don't, be afraid to let it show
For you'll never know
If you let it hide

I love you
You love me
Take this gift and don't ask why
Cause if you will let me
I'll take what scares you
Hold it deep inside
And if you ask me why I'm with you
And why I'll never
Leave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One day
When youth is just a memory
I know you'll be standing right next to me

I love you
You love me
Take this gift and don't ask why
Cause if you will let me
I'll take what scares you
Hold it deep inside
And if you ask me why I'm with you
And why I'll never
Leave
My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My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My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My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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