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와의 대화
교황 프란치스코 외 지음, 이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절판


교회는 최근 몇 십 년간 노동의 비인간화를 고발해왔습니다. 우리는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심각한 경쟁 관계에서 실패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을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에서 봐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의 중심이 이익을 내는 것이나 자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이 존재하는 겁니다. -59쪽

성직자이건 평신도이건 가톨릭 신자라면 모두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매우 지혜로운 신부님 한 분이 제게 말씀하시길, 지금 우리는 우리 안에 든 99마리 양을 두고 한 마리 양을 찾아나서는 선한 목자의 비유와 정반대 상황에 당면해 있다고 하셨습니다. 현재 우리 안에는 단 한 마리 양이 있을 뿐이고 99마리 양이 길을 잃었는데 찾아나서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현재 교회가 기본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일이 규정을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일 또는 무언가를 용이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찾아 거리로 나서고, 신자들 각자의 이름을 알 정도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가톨릭 신자의 사명이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자신들에게 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129-130쪽

교회가 교구의 일만 처리하는 데 급급하고, 지역사회에만 틀어박혀 산다면 골방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생기는 일이 똑같이 발생하게 됩니다.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위축되는 것이지요. 아니면 곰팡이가 피고 습기로 눅눅해진 밀폐된 방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자기참조적인 교회에서 자기참조적인 인간에게 나타나는 편집증과 자폐증상이 똑같이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길거리로 나가면 길거리에서 뛰놀던 옆집 아이와 같이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고를 당해 고통받는 교회가 병든 교회보다 백 번 낫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주의적인 교회로 전락해 작은 신자 집단만을 지키려고 하는 교회는 장기적으로 병든 교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집에만 칩거하고 있는 목자는 진정한 양치기 목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는 다른 양을 찾아나서는 대신 우리 안에 있는 양들의 털만 매만져주는 미용사일 뿐입니다.
-130-131쪽

노동은 결과를 도출해내고 개인에게 숭고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자신이 신이 되어 뭐든지 창조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184쪽

우선, 사람 간 만남의 문화란 과연 무엇인가를 심층적으로 숙고해야 합니다. 간단하게 말해 타인이 나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 매우 많다는 것을 가정하는 문화입니다. 그리고 개방적인 태도로 편견 없이 경청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타인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왜 나와는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생각이나 그 사람은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191-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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