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다른 사람들 사랑은 몰라도
내 사랑은 변치 않을 거라 믿었습니다.
제 연인이 제가 보낸 러브레터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오해하고 설레여 할 줄은 상상도 못했죠.
제 사랑은 한 길이었는데 그는 그렇지 않나 봅니다.
그의 사랑은 의심스럽고 그의 친구는 전과 다르게 보입니다.
이제는 제 마음조차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사랑이 흔들립니다."
<어바웃 러브>가 상영되기 전부터 예고편을 통해 알려졌던 문구. 실제 영화 속에서 앨리스가 이런 말을 하지는 않지만 앨리스의 마음 속을 고스란히 나타내주는 솔직한 멘트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엔 너무 편안해져버린 우리의 관계에 진동을 울리고자 보냈던 엽서 한 장. 장난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별로 끝이 나고 말았다.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의 실체를 일찌감치 알아버렸으니.
오래된 사랑에 긴장을 주기 위해 시작된 장난은 너무 위험했던 것일까? 애초에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게 더 좋았을까? 내 남자의 바람을 일찌감치(?) 알아버린 것이 더 나은 것일까? 아니면 아예 모른 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게 더 나은 것일까?
난 앨리스의 시도가 비록 오래된 사랑에 긴장을 주기 위해 시작된 장난이었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남자의 바람사실을 모른 채 그냥 계속 살았다면 과연 그녀의 삶을 행복했다 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몰랐으니 내 남자에 대한 믿음으로 유지된 앨리스만의 사랑이 그녀에겐 더 행복했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속임을 당한 일방적인 사랑이었을 뿐이다.
서로의 신뢰가 아닌 일방적인 신뢰. 서로의 사랑이 아닌 일방적인 사랑은 가련하다. 오히려 친구의 여자를 오래토록 사랑해왔지만 말하지 못한 아치의 사랑이 앨리스에겐 더 행복할지 모른다. 그리고 감독도 역시 둘을 이어줌으로써 사랑을, 앨리스의 사랑을 완성시켰다.
바람난 샘이 앨리스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바람을 핀 것인가? 라는 질문은 사실 여기에선 묻혀진다. 그러나 이 질문 앞에 나는 샘이 앨리스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는 앨리스도 사랑했고, 미지의 여인도 사랑했으며, 케챠도 사랑했다. 다만 사랑의 종류가 달랐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랑이라고 해서 바람직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이 사랑인 것과 그것이 바람직한 사랑인 것은 엄연히 구별되어야 하고, 바람직한 사랑이라는 것 또한 인류가 만들어낸 하나의 정형화된 모범적인 사랑의 유형일지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두 사람의 믿음이 기반되지 않는, 서로의 사랑이 아닌, 일방적인 사랑은 보기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샘의 사랑이 문제가 있는 것은 그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사랑하는 앨리스의 사랑과 달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사랑을 하되 서로 다른 사랑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앨리스는 결국 자신과 같은 종류의 사랑을 하는 아치와 연결된 것이다.
당신의 사랑은 당신의 연인의 사랑과 종류가 같은가? 그의 혹은 그녀의 사랑을 의심해보기보다 나와 당신의 사랑의 종류가 같은 것인가를 한번 의심해보자.
한마디
야한 장면도 없는 15세 관람가인지라 영화관에 고딩들이 몇 보였지만 은근한 긴장감을 주는 이 영화는 성인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