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재밌는 애미메이션은 처음 봤다. 보는내내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지금도 장면장면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온다. 평소 잘 웃지 않고 웬만한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반응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렇게 재밌었던 적은 정말 오랫만인 것 같았다.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기도 했지만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우리네 웃음의 요소를 찾아내어 잘 바꿔준 점도 대단했다. 외국식 개그를 한국식 개그로 바꾸는 작업은 쉽지 않다. 어떤 영화를 보면 함께 극장안에서 보고 있는 한국인들은 다 웃는데 외국인은 웃지 않는 장면도 있고, 반대로 외국인은 박장대소하는데 한국인은 그냥 아무렇지 않는 장면도 있다. 이는 순영어와 한국어로의 번역 과정의 괴리일 것이다.
어쩌면 <니모를 찾아서> 또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웃는 그 장면에서 외국인들은 웃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영어를 그대로 다 알아듣는 편도 아니라 귀에 들리는 영어와 눈으로 보는 한국어 번역을 비교해가며 영화를 즐길 형편도 아니다.
그럼 다시 정리를 해봐야겠다. 영어를 한국어로 잘 번역했기 때문에 재밌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영어로는 별 의미없지만 한국어로 하면 재밌는 부분들을 잘 각색했기 때문에 재밌었는지도 모르겠다. 라고.
상어의 공격으로 아빠 물고기 말린은 쓰러지고, 깼을 때는 이미 엄마 물고기는 도망을 간건지 죽은건지 단 하나의 알을 남겨두고 사라졌다. 말린은 하나 남은 알에 '니모'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니모는 태어날 때부터 기형이다. 한쪽 지느러미가 작아서 헤엄치기가 힘들다. 이런 니모가 바다학교를 다니게 되고 니모는 아빠가 하지 말라던 언덕 저 너머의 세계를 구경하러 올라간다. 결국 인간들의 손에 들어가고 니모는 치과의사 집의 딸의 방,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당연히 말린은 니모를 찾으러 사방을 헤매고 그 과정에 붕어 도리를 만난다.
사실 주요 등장 동물은 몇 안되지만 이들의 대화가 정말 재밌다. 니모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우리를 웃기는 건 니모가 아니라 말린과 도리의 대화다. 붕어대가리가 나쁘다 라는 통설을 따라 이 붕어는 단기기억 상실증을 갖고 있고, 자기가 한 말을 잊고, 자기가 누구고, 자기가 왜 여기있고, 누구와 함께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정말 말 그대로 붕어대가리다.
깔끔하고 사실감있는 애니메이션 동작들, 그냥 눈으로 봐도 아름다운 바다속 풍경은 그것만으로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여기에 니모를 찾는 아빠 말린의 부성애, 나약한 니모가 강한 니모로 변모해가는 과정. 그리고 말린과 도리의 우정, 니모와 수족관 친구들의 우정 등은 애니메이션을 풍부하게 하는 양념거리들이다.
단 한편으로 인해 많은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교훈을 주려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많은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고, 그런면에서 이 에니메이션은 지극히 철학적이다. 다시 보고픈 애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