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전에 '출발 비디오 여행'을 비롯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흘깃흘깃 많이 봐놓았던지라 마치 예전에 봤던 영화를 또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쩜 그렇게도 어디선가 다 한번씩은 봤던 장면들일까.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애초 하지 않았다. 뭔가 구성이 어설프고 별 내용 없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972년 베트남 전쟁 막바지 최태인 중위를 포함한 9명의 군인들은 알 포인트에서 실종된 부대원들의 증거물을 찾아 돌아가야하는 임무를 받았다. 주어진 기간은 7일. 영화는 7일이라는 한정된 기간을 정해놓음으로써 주어진 시간에 도달하기까지의 긴박감을 설정한다.

 알 포인트는 실제 베트남의 어느 한 지역의 이름을 지칭하는 용어는 아니다. 편의상 군부대에서 특정 지역을 A, B, C, D ... 순으로 지정해놓고 이를 알파, 베타 등으로 지칭하는데 알파벳 R에 걸린 지점이 알-포인트였고, 이때의 용어는 로미오가 된다. 그래서 알포인트는 로미오 포인트라는 말과 동일하다.

 출발할 때 9명, 도착하니 10명. 이 설정은 좀 웃긴다. 출발할 때 자기들이 몇명인지도 모른채 출발하고 도착해서 10명인지도 몰랐다니. 전쟁에 참가하는 군인들치고는 뭔가 많이 어설프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뭔가 어설프다 싶을 정도의 구성의 치밀함이 떨어지고 상황설정도 인위적이다. 사실 공수창 감독은 신인도 아니다. 이미 영화 <텔미썸씽>에서 각본을 맡은 바가 있다. 감독으로는 신인이지만 영화판에서는 그다지 신인도 아니라는 말. 우리가 잘 아는 <텔미썸씽>말고도 다른 작품들에서 한닥거리를 했으니. 하지만 감독으로서 영화를 맡는 것과 각본을 맡는 것은 엄연히 다르긴 하다. 결국 이 영화의 질적 하락을 감독이 초짜라는 점으로 근거를 대야하는가.

 감우성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그나마의 주목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감우성을 제외하고는 어느 출연진 하나 눈에 띄는 인물이 없고, 별 이름 없는 배우라 할지라도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그런 인물조차 없으니. 저들이 연기를 못하는건지 아니면 시나리오가 너무 어설퍼 그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영화는 지극히 인위적인 연기의 냄새가 나고, 마치 연기력 컨테스트에 출전한 연기지망생들이 상황을 부여하고 거기서 연기를 짜내는 것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공포영화라고 하지만 그닥 무섭지도, 연기가 볼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루하고 짜임새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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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5-05-01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면서 실망많이 했습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여러 편 쓴 작가 출신이기도 하고 [텔미 썸딩]을 재밌게 보기도 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한 평론을 봤더니, 아프락사스님 말씀처럼 이 영화 저 영화 짜집기 해놓은 거라고 영화제목까지 인용해가며 조목조목 반박해 놨더라구요. 그거 보고 표절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참 무서운 세상이군 했죠^^

마늘빵 2005-05-0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전 표절시비까지 걸린줄은 몰랐었는데... 그랬군요. 너무 어설프고 작위적인 연기의 냄새가 났어요. 쩝. 별로 무섭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