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이 기계는 귀에 대고 속삭이는 지극히 낮은 소리를 제외하고는 윈스턴이 내는 모든 소리를 다 포착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이 금속판의 감시 범위 안에 들어 있는 한 일거수일투족이 다 보이고 들린다. 물론 언제, 어느 순간에 감시를 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사상경찰이 각 개인을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조직적으로 감시하는지는 오로지 추측만 할 뿐이었다. 어쨌든 그들은 원할 때는 언제든지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입 밖에 내는 모든 소리가 포착되고, 캄캄할 때를 제외하고는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살아야 했고, 실제 그렇게 살다 보니 감시받는 일은 이제 본능적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8쪽
그것은 항상 밤에 일어났다. 사상범 체포는 어김없이 밤에만 행해졌다. 갑자기 흔들어 잠을 깨우고, 거센 손이 어깨를 흔들고, 불빛을 눈에 갖다 대고, 험악한 얼굴들이 침대를 빙 둘러싸기도 한다. 대부분 재판도 없고 체포에 대한 보고도 없다. 사람들은 그저 밤에 사라질 뿐이었다. 이름도 등록부에서 빠져 버리고 그에 대한 모든 기록이 삭제된다. 그런 사람이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은 부인되고 잊힌다. 그는 사라져 멸종된다. 이런 경우를 두고 ‘증발했다’고 말한다. -25쪽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당이 말하는 거짓말을 믿는다면-모든 기록들이 똑같이 되어 있다면-그렇다면 그 거짓말은 역사로 흘러 들어가 진실이 되는 것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가 당의 슬로건이다. 그러나 과거는 그 본질이 바뀔 수 있음에도 결코 바뀐 적이 없다. 지금 진실한 것은 영원히 진실한 것이 된다. 이것은 극히 간단한 것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기억을 끊임없이 지배하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현실 통제’라 불렀고 신어로는 이중 사고이다. -42쪽
날마다 그리고 거의 매 순간마다 과거는 현재가 되어 버린다. 이런 식으로 당이 발표한 모든 예언은 문서상으로 옳다고 증명되고, 그때 필요하지 않은 뉴스 항목이나 의견 표출은 기록상으로 절대 남겨지지 않는다. 모든 역사는 필요할 때마다 깨끗이 지웠다가 다시 쓰는 양피지와 같은 것이다. 일단 이런 작업이 행해지고 나면 거기에 허위가 개입되어 있다고 증명할 길은 전혀 없는 것이다. -47쪽
사임의 말 신어의 목적이 사고의 영역을 좁히는 것이라는 걸 몰라? 결국 우리는 그걸 표현할 말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상죄가 글자 그대로 불가능하게 만들 거야. 필요한 개념은 정확히 정의되는 단 ‘하나’의 단어로 표시되고 다른 보조적인 의미는 다 제거되어 잊히게 될 거야. 이미 제11판에서 그 정도까진 해놓았지. 그러나 그 과정은 자네나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진행될 거야. 해를 거듭할수록 단어는 자꾸 줄어들고 의식의 범위도 좁아지게 될 테지. 물론 지금도 사상죄를 범할 이유나 구실은 없어. 그것은 단지 자기 훈련과 현실 통제의 문제지. 그러나 결국 그것마저도 필요 없어질 거야. 신어가 다 완성되면 동시에 혁명도 완수되는 거지. 신어가 영사고 영사가 신어야.-60쪽
전쟁 행위의 본질은 인간의 생명이 아닌 인간 노동력의 산물을 파괴하는 것이다. 대중들을 너무 편안하게, 결국에는 너무 유식하게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물질들을 산산조각 대거나 하늘로 날려 버리거나 바다 깊숙이 가라앉혀 버리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이다. 무기들이 실제로 파괴되지 않을 때에도 무기 제조는 소비될 수 있는 어떤 것도 만들지 않고 노동력을 소비하는 편리한 방법이 되고 있다. -217쪽
옛날 전쟁의 기준에 따라 판단해 본다면 오늘날의 전쟁은 협잡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전쟁은 뿔이 상대를 공격할 없는 각도로 난 반추 동물들의 싸움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쟁이 비현실적이기는 해도 무의미하지는 않다. 전쟁은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의 잉여분까지 싹 쓸어버리고 계층 사회가 필요로 하는 특수한 정신적 분위기를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음에 살펴보겠지만 오늘날의 전쟁은 순전히 국내적인 문제이다. 과거에는 공동의 선을 인식하고 전쟁의 파괴성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모든 국가의 지배 계급은 서로 전쟁을 일삼았고 승자는 항상 패자를 약탈했다. 오늘날에는 서로 간의 전쟁은 하지 않는다. 전쟁은 각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국민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며, 전쟁의 목적은 상대 국토를 정복하거나 자신의 영토가 정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이란 용어는 오도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전쟁은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225-226쪽
진실로 영원한 평화는 영원한 전쟁과 같다. 비록 당원들 대부분이 단지 희미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 말은 ‘전쟁은 평화’라는 당 슬로건의 속뜻이다. -226쪽
많은 신어들과 마찬가지로 이 단어(흑백)는 상호 상반되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반대편에 적용될 때, 이 단어는 검은 것을 흰 것이라고 뻔뻔스럽게 주장하는 습관을 의미한다. 그러나 당원에게 적용될 때는 당이 요구하면 검은 것을 흰 것이라고 기꺼이 말하는 충성심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검은 것이 흰 것이라고 믿고, 더욱이 검은 것이 흰 것이라고 더욱 분명히 알고 있어 전에 반대로 믿었던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려면 과거의 지속적인 개조가 필요한데, 그것은 나머지 모두를 포함하는, 신어로 이중 사고라고 하는 사고 체계에 의해 가능하다. -239쪽
이중 사고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 두 개의 서로 모순된 개념을 동시에 지니며 두 개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당의 지식층은 그들의 기억을 어느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속임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이 중 사고의 훈련으로 현실은 침해받지 않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이 과정은 의식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확하게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과정은 무의식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날조를 한다는 느낌이 들어 죄의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241쪽
노동으로 딱딱해지고 거칠어진 육체와, 임신으로 괴물처럼 불어났다가 출산을 시작으로 시들어 홍당무처럼 쭈글쭈글해진 쉰 살 여인네의 몸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전에 결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름다웠고 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강암처럼 단단하고 맵시 없는 몸매와 톱밥처럼 거친 붉은 피부도 처녀 시절엔 무척이나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장미 열매가 못 생겼지만 아름다움 장미꽃에서 나온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왜 열매가 꽃보다 더 못하단 말인가? -247쪽
이 세상의 어떤 이유에서라도 자신의 고통이 더 커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통에 대해 바랄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그 고통이 멈추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육체적 고통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이다. 고통 앞에서는 영웅이 없다. 그는 움직일 수 없는 왼팔을 움켜쥐고 마룻바닥에서 몸을 비틀며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뇌까렸다. 고통 앞에선 영웅이 절대 없다고.-270쪽
언젠가 그들은 그를 총살할 결정을 내릴 것이다.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몇 초 전에 추측할 수는 있다. 이런 일은 항상 복도를 걸어갈 때 머리 뒤에서 일어난다. 10초면 충분할 것이다. 그 순간 그의 내면세계는 뒤집힐 것이다. 그러고는 갑자기 한마디 말도 없이, 꼼짝 않고, 얼굴에 난 주름살 하나 움직이지 않고 순식간에 가면이 벗겨지고 꽝하며 그의 수많은 증오심이 폭발할 것이다. 증오심은 포효하는 거대한 불길처럼 그의 마음을 휩쓸 것이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탕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너무 늦게, 혹은 너무 빨리 날아올 것이다.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 부서졌지만 폭발된 증오심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을 것이다. 이단적인 사상은 영원히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벌받지 않고 회개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의 완벽함에 하나의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그들을 증오하면서 죽는 것, 이것이 자유이다.-318-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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