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볼 만한 영화는 모두 봐버려 더이상 볼 영화가 없는 시점. 그래도 발길은 영화관으로 향한다. 어디보자. 썩 맘에 드는 영화는 없지만 봐도 후회는 안할 듯 싶다 싶을 정도의 영화가 하나 눈에 띈다. <블랙아웃>은 그렇게 보게 되었다.
정신의학적 용어로 '일시적인 기억현상'을 뜻하는 '블랙아웃'. 영화 속 모든 사건은 여주인공 제시카(에슐리 쥬드)의 간밤의 기억상실에서 비롯된다. 그녀와 하루밤을 지낸 남성들이 하나둘씩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되어 나타나고 모두들 그녀를 용의자로 몰아가는데...
1968년생으로 나보다 딱 11살 많은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 그다지 성공한 작품은 없다. <하이크라임> <산드라 블록의 행복한 비밀> <프리다> <썸원 라이크 유> 등 들어봤음직 하면서도 그다지 나의 기억창고에 들어있지 않은 리스트들은 이를 증명한다. 물론 내가 보지 않은 영화라 해서 다른 이들 또한 보지 않았다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무리지만. 유일하게 <히트>만이 눈에 들어오지만 여기서 그녀가 나왔던가 하는 의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
<블랙아웃>에서 그녀는 능력있는 강력반 형사이면서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개방적인(?) 여성이다. 하루밤 섹스가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그녀는 병적이라 할만큼 얼굴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많은 남성들과 섹스를 즐긴다. 얼마나 심할 정도면 영화 중 바텐더로 나오는 할아비가 그녀를 향해 "난 당신이 창녀인줄 알았수"라는 멘트를 던졌겠는가.
영화는 범인색출에 있어 한번의 반전을 던져주지만 또다른 반전이 있을거라는 기대를 하는 순간 엔딩 크레딧이 오른다. 아 이 허무함이여. 역시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고 그다지 실망시키지 않았지만 그다지 기대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단지 애슐리 쥬드와 사무엘 잭슨이 나온다는 이유로 봤던 영화. 나중에 비디오로 즐겼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과 함께 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