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형벌 - 사형의 비인간성에 대한 인간적 성찰
스콧 터로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극단의 형벌'은 곧 '사형제'를 의미한다. 사형은 법정에서 부여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형벌이고, 이는 죄인의 죽음을 의미한다. 죄인을 죽이는 형벌 이상의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죄인을 죽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가 만기출소 한 뒤에 나와 동일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와 같이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미리 예견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에겐 그런것은 영화 속에나 볼 수 있는 것일 뿐이다. 또 설령 그런 것이 있다 하더라도, 또 그것이 정확한 예견이라 하더라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에 대해 형벌을 미리 부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형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한다. 또한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다만 국가별로 사형제를 실시하는 곳이 다수를 차지하느냐, 소수를 차지하느냐 하는 비율이 달라질 뿐이다. 인간 세상에서 사형제가 아주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그저 희망이지 싶다. 마치 성매매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성매매 특별법을 시행한다 하지만,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만, 성매매가 사라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좀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을 뿐.

 <극단의 형벌>은 스탠퍼드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연방검사로 지내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스텃 터로의 책이다. 그는 이미 문학전공자 답게(?) 탁월한 글빨을 자랑하며 6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내놓았다고 한다. 변호사에 베스트셀러 소설가에 사형위원회에도 소속되어있다? 대단한 경력과 재능이다. 어느 한 가지만이라도 잘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걸 실감하고 있는 요즘 그는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극단의 형벌>은 그가 속해있는 사형위원회의 성과를 집필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그 혼자지만 내용은 그만의 것은 아니다. 그들 모두의 것을 그가 종합했을 뿐.

 2002년 일리노이 주지사 조지 라이언이 1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형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무고한 사형수 4명을 석방하고 167명의 사형수를 감형했다. 정말 대단하다. 주지사라는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선 미국사회에서 사형제를 옹호하는 것이 훨씬 이득일텐데 그는 정말이지 대단한 일을 벌였다. 지금은 어찌되었는지 궁금하다. 저런 개혁을 단행하고도 정치적으로 현재 살아있을까?

 이 책은 위원회의 구성과 진행, 결과에 대해 순서대로 서술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사형제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사형제에 대한 담론의 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좀더 이론적이고 사형제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기대했는데 이 책은 사례들로 가득하다. 사례가 객관적인 자료로서 기능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담론이 빠져있어 많이 아쉽다. 물론 책에 대한 기대는 독자인 나만의 것인지라 단지 '사형위원회'의 조직과 진행, 결과만을 다룬 그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형제에 대해 관심을 좀더 증폭해준 것만으로 이 책에 대해 만족을 표해야겠다.

 추가발언
 책 앞부분에 있는 소크라테스의 죽음, 잔 다르크의 순교, 루이 16세의 처형, 막시밀리언의 죽음 등의 사진과 간단한 코멘는 인상적이었다. 각각의 죽음에 대한 역사 전반적인 지식욕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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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5-0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사형국가들에 관한 도표 같은 통계자료들도 있나요?

마늘빵 2005-05-03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도표나 통계는 없고요. 글쓴이가 말을 하면서 중간중간 수치를 이야기하긴 합니다. 정확한 자료를 원하신다면 이 책은 아닙니다. ^^

릴케 현상 2005-05-0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도서관 가서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쩝 안 가도 되겠군요...도표같은 건 어디서 구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