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 VS 사람>은 정혜신의 두번째 작품이다. 그녀는 이미 <남자 VS 남자>라는 책으로 주목을 받았고 책도 꽤 잘 팔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첫 시도가 잘 먹혀들자 이에 힘입어 두번째 작품을 내놓은 듯 하다.
 
 나는 <남자 VS 남자>를 읽지는 않았다.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저 읽고싶은 책 목록에 추가만 했을 뿐 정작 선택의 갈림길에 가서는 항상 다른 책이 나의 사랑을 차지했다.

 <남자 VS 남자>에도 그녀가 다룬 인물들은 나의 주 관심인물들이었다. 김영삼, 김어준, 조영남, 강준만, 유시민, 김윤식, 이외수, 마광수, 김종필 등등 그들은 나의 관심인물 리스트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책은 나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같은 구도를 가지고 등장인물만 싹 바뀐 <사람 VS 사람>은 나의 관심을 받았다.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저 두 책이 나온 시점에서 내가 관심갖게 된 다른 책들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정혜신은 연세대 의대를 나와 정신과 의사를 하고 있는 여성이다. 의사가 이런 책을 썼다면 머리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의사 앞에 '정신과'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면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된다. 의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외과의사, 내과의사, 성형외과, 정형외과, 마취과, 산부인과 등 여러가지 직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정신과는 다른 과와는 확실히 외따로 떨어진 영역을 점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는 의사이긴 하지만 의사이면서 심리학자  혹은 철학자 쯤으로 생각해도 될 터이다. 마음의 병, 정신의 병이 든 사람들과 상당하고 치료를 유도한다는 면에서 의사지만 그가 다루고 있는 영역은 심리학이나 철학의 영역이 아닐까. 그래서 정혜신이라는 사람이 정신과 의사라는 말에도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확실해 해둬야한다. 그녀는 의사지만-의사중에도 정신과 의사이긴 하지만, 확실히 글발이 대단하다. 내공도 상당하다. 마치 여자 강준만을 보는 듯 하다. 물론 강준만과 같이 적나라한 솔직함과 대담함, 공격성을 띄지는 않지만 엄청난 자료 수집능력과 인물분석은  실로 강준만에 버금간다. 아니 어디서 도대체 이런 자료들을 수집하고 언제 이걸 다 읽어내는지 궁금하다. 의사라는 안정된 직업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일까. 내공도 대단하고 글발도 대단한 인물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정몽준과 이창동, 이인화와 김근태, 이명박과 박찬욱, 심은하와 김민기, 박근혜와 문성근, 나훈아와 김중배, 김수현과 손석희, 김대중과 김훈을 대립시켜 다루고 있다. 언뜻 두 사람을 붙여놓은 것이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가령 김대중과 김훈, 박근혜와 문성근처럼-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명박과 박찬욱, 심은하와 김민기 처럼 말이다. 그러나 각 장으로 들어가 그녀가 풀어놓은 서두를 보기만 하면 왜 두 사람을 붙여놨는지 금방 이해된다.

 나는 대체로 그녀의 인물분석에 동의한다. 각각의 인물들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평상시의 이미지와 나름대로의 분석이 그녀의 그것과 대개 일치한다. 하지만 그녀의 그것이 좀더 세밀하고 탁월하다. 나는 그저 두루뭉실한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찌보면 각각의 인물들의 배치와 분석내용은 순전히 그녀의 주관적인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객관적인 자료들이야 어떻게 짜깁기 하느냐에 따라 가져다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글 중간중간 조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분석대상이 된 인물들이 자신의 글을 봤을 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그녀가 대상인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자기검열을 한 것이 아닐까.

 그녀의 심리평전 제 3탄은 또 어떤 인물들을 다루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다음 책 제목은  '여자 VS 여자'는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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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3-0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체도 강준만을 연상하게 하더군요

마늘빵 2005-03-08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저도 강준만의 흔적을 많이 느꼈습니다. 저자가 그동안 강준만을 모델로 수련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