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구판절판


"그녀는 자신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죽겠다는 그녀의 결정은 아주 단순한 두 가지 이유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쪽지를 남긴다면, 많은 사람들이 동감할 거라고 그녀는 확신했다. 이유가 명확했으므로.
첫번째 이유, 그녀의 삶은 이제 모든 것이 너무 뻔했다. 젊음이 가고 나면 그 다음엔 내리막길이다. 어김없이 찾아와서는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노쇠와 질병들, 그리고 사라져가는 친구들. 이 이상 산다고 해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고통의 위험만 커질 뿐이었다.
두번째 이유는 보다 철학적인 것이었다. 신문과 텔레비젼을 통해 그녀는 세상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그러한 상황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자신이 세상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17-18쪽

" '솔직히 난 믿지 않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인간의 이해력에 한계가 있다는 걸 이해해야만 해. 불의, 탐욕, 비참함, 고독일 뿐인 이러한 혼돈을 창조한 건 바로 신 자신이잖아. 신의 의도는 훌륭한 것이었겠지만 결과는 형편없어.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보다 일찍 이 세상을 떠나기를 갈망한 피조물들에게 관대함을 보여야 해. 아니, 오히려 우리가 이 땅을 거쳐가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할지도 몰라' "-19쪽

"누군가 말한 것처럼, '통제된 광기'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저 위에서 자신의 정신이 그 모든 어려움을 비웃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그녀는 세상의 모든 정상적인 인간들처럼 울 수도, 근심에 빠질 수도, 화를 낼 수도 있었다."-82쪽

각주
원어는 Amertume. 일차적인 의미로는 '쓴맛'을, 은유적으로는 '회한, 쓰라림, 슬픔' 등을 뜻한다. 여기에서 이 단어는 독의 한 종류로, 그 형용사형인 아메르 Amer는 그독에 중독된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130쪽

각주
Lunatique. 달의 영향으로 정신이상이 된 사람, 달이 뜨면 몽환에 빠지는 사람. -187쪽

각주
coprophagie. 배설물에서 성적 쾌락을 얻는 병적 성향.
coprolalie. 배설물에 관한 말을 함으로써 성적 쾌락을 얻는 병적 성향.-204쪽

"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는 것을 아는 것과 자신의 죽음을 실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언젠가 자신도 죽으리라는 것은 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막연한 미래의 일일뿐 우리는 죽음을, 달리 말하면 삶의 진가를 잊고 산다."
(옮긴이의 말)-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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