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풍림명작신서 17
헤밍웨이 / 풍림 / 1993년 1월
절판


"노인은 주위를 둘러보고 비로소 자기의 고독을 통감했다. 그러나 그는 거무스레한 깊은 물 속에 일곱 가지 색의 프리즘을 들여다볼 수가 있었다. 게다가 눈 앞에는 줄이 곧바로 뻗어 있고, 조용한 해양의 기분 나쁜 꿈틀거림이 보인다.
무역풍을 따라 구름이 뭉게뭉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문득 앞쪽을 보니 들오리 한 떼가 하늘에 그 모양을 새겨넣은 것 같은 그림자를 뚜렷이 보이며 물 위를 건너간다. 한 순간 그림자가 엷어진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다시금 뚜렷한 모양을 취한다.
바다 위에 고독은 없다. 이렇게 노인은 새삼스레 생각했다"-65쪽

"노인은 이제는 병신이 되어 버린 고기를 차마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는 흡사 자기의 몸이 도려내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소중한 고기의 원수를 갚아, 상어를 때려죽인 것이다. 제기랄, 이제껏 본 적이 없는 거대한 덴쯔소였다. 큰 놈을 어지간히 많이 보아온 나지만서도."-108-109쪽

"좋은 일이란 오래 가지를 않는 법이지,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게 꿈이었다면 좋았을 터인데, 이제와서는 그렇게 생각된다. 고기 따위 잡지 못하는 편이 좋았을걸. 그리고 혼자 침대에서 신문지 위에 누워 있는 편이 훨씬 낫다.
그렇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져 있진 않아.
그는 소리내어 말했다."-109쪽

"노인은 노를 바꾸어 쥐고는 상어 아가리에 칼을 꽂아 주둥이를 찢어내듯 후볐다. 상어는 털썩 미끄러져 내렸다. 노인은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잘가라 가라노, 바다 밑까지 일마일의 여행이야. 친구에게 안부 전하게. 아니면 그건 네 엄마였냐?"-116쪽

"소년은 노인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고 그 두 손을 보고는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커피를 가지러 살며시 밖으로 나왔다. 도중에도 그는 연거푸 눈물을 흘렸다."-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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