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크루트. 국내채용정보사이트가 아니다. 영화 제목이다.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외국 영화배우들 중 일부인 알파치노와 콜린파렐 주연의 심리스릴러. 좋아하는 배우에 좋아하는 영화장르까지 딱이다.

 영화 <리크루트>의 소재는 미국범죄영화에서 흔히 우려먹는 CIA 이다. 그러나 다른 영화가 CIA를 그저 영화에 출연하는 한 인물의 근무지 혹은 주변배경 정도로 그치는데 반해 <리크루트>에서 CIA는 좀더 깊이있게 영화 속으로 침투한다. 엄밀히 CIA훈련과정에서 벌어지는 조교와 교육생간의 관계, 교육생들간의 관계, 그리고 고도의 심리전 등 CIA는 주변배경이 아닌 영화 자체로서 써먹힌다.

  영화를 보면서도 콜린파렐이 경험하고 있는 현장이 훈련일까 실제일까 궁금해하며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반전과 반전이 거듭하고, 끝내 뭔지 모르겠다 하는 혼란을 틈타 막판 뒤집기가 진행되며 마무리짓는 영화는 비로소 영화가 끝난 뒤에야 아 그거구나 하며 꼭 붙잡고 있던 마음을 놓게 된다.

 난 이와 같은 심리스릴러가 좋다. 그냥 스릴러도 좋아하지만 거기에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스릴러라면 더더욱 좋다. 또 스릴러가 아니더라도 미묘한 심리전이 들어가 있는 법정영화도 좋아한다. 이런 영화는 가슴으로 느끼는 영화이기 보다는 관객의 머리 속에서 치밀한 싸움이 진행되며 뭘까 뭘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에 가지를 치며 추리를 하게 만든다. 영화가 지적욕구를 유발시키고 채워주는 것이다. 물론 가슴을 따뜻하게 울리는 감동적인 영화들도 매력적이지만 머리싸움을 끌어내는 스릴러도 매력이 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콜린파렐을 내가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폰부스>와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통해서였다. 지적인 이미지에 날렵한 체격을 지닌 그는 앞의 두 영화와 본 영화에서 모두 지능적인 역할을 맡고 소화내했다. 그 전에는 그가 출연한 수많은 영화들에서 그의 존재를 느낄 수는 없었다.

 그는 <스피드>와 <매트릭스>시리즈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키아누 리브스보다도 배우로서 더 매력적이다. 키아누 리브스보다 미끈하고 완벽한 역할은 아니지만 그가 영화 속에서 소화해내는 역할들은 지능적이지만 어딘가 부족한 듯한 냄새를 풍기는 약간은 어설픔이 들어있는 그런 인간이다. 물론 배우로서의 역할이 본인과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특정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기 위해선 배우 본인에게 들어있는 잠재적인 요인들이 표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어설픈 지적인 남자의 이미지를 콜린파렐이 제대로 소화해냈고 나는 거기서 그의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로보나 탄탄한 시나리오로 보나 극적 사실감으로 보나 손색이 없는 영화다. 세번 봤지만 그래도 재밌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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