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과 김용옥 - 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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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10월에 구입하고선 읽다 만 책이다. 2001년 12월에 입대 했다가 2004년 1월에 나왔으니 책이 출간된지는 오래되었으나 내가 이 책을 구경한 건 기껏해야 1년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를 기점으로해서 한겨레 신문의 칼럼연재를 중단하고,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기를 갖겠노라며 절필을 선언했지만, 당시 강준만 교수가 한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때였다.

 강준만 교수는 엄청난 다작가다. 그는 한국사회에 대해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책 내기를 책 읽기 하듯이 한다. 절필을 선언하기 전까지 그가 수년간 낸 책만 해도 수십권은 될 것이다. 그의 저작이 너무 많아 일일이 세는 것이 귀찮고 힘들다.

 어떤 이들은 그의 저작들의 수준을 이야기하며 다작을 하는 대신 전문성이 떨어진다고도 비판하지만 그가 써내는 책이 학술서도 아닌 사회비평서라는 점에서 일정한 깊이를 유지하면서 그만한 다작을 하기란 힘들다는 점은 인정해야겠다.

 오히려 그의 글이 일정부분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성이 들어가지 않아 보이는 것은 글의 내용보다는 그의 문체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소설가도 아닌 이에게 무슨 '문체'냐고 할테지만 비평가들에게도 그만의 문체가 존재한다. 강준만은 매우 쉬운 구어체를 구사하면서 아주 알아듣기 쉽게 풀어써내는 솜씨를 가지고 있다. 직설과 풍자면에서는 진중권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쉽게 풀어쓰기 면에서는 진중권보다는 강준만이 앞선다.

 <이문열과 김용옥>이라는 책은 전권 2권으로 되어있으며, 상편은 이문열에 대해서, 하편은 김용옥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김용옥만을 보고 싶다면 굳이 상편을 볼 필요는 없다. 상편과 하편은 전체적으로 이어져있는 있으며, 지식폭력과 문화특권주의를 살피는데 있어 중요한 두 명을 모두 봐야하겠지만, 이문열이나 김용옥 둘 중 한명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있어 그에 대해 강준만이 어떻게 썼는가를 궁금해한다면 두 권중 한권만을 봐도 무방하다.

 강준만은 대단한 수집가다. 그가 이 책속에서 인용하는 신문기사와 각종 칼럼들은 모두 그의 수집벽에 의해 이루어진 성과다. 물론 항간에는 그를 위해 자료를 모아주는 도우미가 있다고도 하지만 자료를 모아준다고 해도 그 자료를 모두 읽어내는 것은 오로지 그가 해야하는 작업이다. 그가 이문열과 김용옥에 대해 책 한권 분량을 써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저서는 물론이고, 인터뷰와 칼럼, 비평까지도 모두 읽어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봐야한다.

 강준만은 이문열을 무지하게 싫어한다. 그냥 아무런 이유없이 싫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는 이문열이 싫은 이유에 대해서 엄청난 근거를 대가며 말하고 있다. 강준만의 이문열에 대한 비판은 가차없다. 아주 매몰차다. 그래서 이문열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화병이 나서 당분간 앓아눕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치만 이문열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는 강준만을 자신과 동급으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문열이 흔히 말하듯 아이가 어르신을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는 강준만의 비판을 하찮게 무시해버리고 말 것이 뻔하다.

 나는 이문열을 잘 모른다. 그 유명한 이문열의 <아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떨어지는 곳에는 날개가 있다> 는 물론이고 자라나는 어린이라면 인생에 한번쯤 읽을 이문열 번역의 <삼국지> 조차도 읽지 않았다. 난 황병국의 삼국지를 읽었다. 앞으로 삼국지를 추가로 읽는다고 하더라도 장정일과 황석영의 삼국지를 읽을 것이다.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이문열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소설가나 번역가로서의 그와 칼럼니스트(?)로서의 그를 엄연히 구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싫기 때문에 그의 이름이 들어간 텍스트를 온전히 읽어낼 자신이 없다. 그에 대한 편견이 이미 심어져있는 상태에서 그의 텍스트를 온전하게 읽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는 잘못이다. 텍스트와 저자는 엄연히 구분해야하니까.

 철학자 가다머는 독자는 텍스트의 제자로서 임해야한다고 말한다. 텍스트에서 내가 원하는 부분을 얻어내고 나머지는 가지쳐 자른다면 이는 올바른 텍스트의 이해라 할 수 없다. 개인의 역사적 상황과 시대의 역사적 상황인 텍스트를 모두 반영하고 고려해야한다는 것이 가다머의 텍스트와 저자에 대한 입장이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문열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내가 강준만의 이문열 비판에 대한 저서를 읽어도 되는 걸까, 라고 속으로 질문해봤다. 그리고 대답했다. 된다. 읽어도 된다. 왜냐면 강준만은 이 책을 통해 이문열의 지식특권주의와 지식폭력을 비판하려는 것이지 그의 소설의 문학성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준만은 문학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문학평론가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강준만이 소설가인 이문열을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진 않다. 나는 칼럼니스트(?)로서의 이문열은 잘 알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으니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미 가지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강준만의 이문열 비판을 읽더라도 내가 순전히 강준만에 의해 나의 생각이 뒤바뀌거나 휘둘릴 염려는 없다. 그런점에서 내가 강준만의 생각 속으로 소속되어버릴 염려는 거두어도 좋다.

 강준만에 의하면 이문열은 지식폭력의 희생자다. 그는 초등학교를 제외하고 제대로된 정규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며, 독학으로 공부하고 책읽기를 통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대단한 인물이다. 홀로 독학을 통해 그만한 지식을 갖추고 글쓰기를 통해 돈과 권력, 명예를 쥐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그는 지식폭력의 희생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달성된 현재의 그는 신분이 미천한 인물들을 무시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신춘문예라는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평가들과 소설가들을 그는 다른 이들과 동등하게 대접하지 않는다. 이는 지식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역할바꿈을 한 그의 현실이다.

 또한 그는 대단한 문화특권주의를 가지고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현실 정치에 대해 발언하며 이럴 때는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불리할때는 자신이 소설가임을 강조한다. 자기 필요에 따라서 색깔을 달리하는 카멜레온이라는 말이다. 자신이 내뱉은 발언이 문제시 되면 그는 그의 소설가라는 문인의 위치로 돌아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문열이 입지전적인 대단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 그는 대단한 문화권력을 지니고 문화계뿐 아니라 정치, 사회계에서도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런점에서도 대단한 인물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의 발언이 문제시되는 것이고, 그가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 또한 문제시되는 것이다.

 강준만의 이문열에 대한 비판은 그가 조목조목 드는 근거로 보아도 타당하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이문열의 소설을 한권도 사보지 않은 나같은 사람이 아니라 이문열의 매니아들이다. 그들은 이문열의 소설을 통해 이문열을 접했고, 이문열의 문화적, 정치적 영향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침묵하는 지지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 책을 읽고 이문열을 다시 생각해봐야하며, 이문열의 실체를 알았다면 그의 권력을 뒷받침해주는 자신을 거둬야 할 것이다.


덧붙이며...
  나는 이문열의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읽을 계획이다. 다만 그것은 이문열을 알기 위해서이며 또한 책을 읽더라도 사서 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책을 사서 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돈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보고픈 책을 모두 사보지는 못한다. 이문열의 새 책을 구입함으로써 그의 소설 몇십만부 돌파라는 기록에 한몫 보태줄 생각은 없다. 다만 헌책방 나들이를 통해 그의 책이 발견된다면 그걸 사보도록 하겠다. 그 책들은 그의 기록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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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2-0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내기를 책읽듯이 한다. -_-b

하이드 2005-02-07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등학교때 뭔 멋이 들었었는지, 이문열 책 다 찾아 읽었었는데요, 요즘은 이문열 비판 속시원히한 책 있으면 끌리더군요. 이 책 궁금하네요.

마늘빵 2005-02-0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책내기를 책읽듯 한다는건 좀 심했나요? ㅋㅋ 사실 고등학교때 책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라면 아무래도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을 먼저 찾기 마련이죠. 전 그땐 책에 별로 그렇게 관심이 있지 않았답니다. 그때 이문열을 접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이문열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강준만의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더불어 이 책속에 소개된 다른 이의 이문열 비판에 대한 소개도 있어 이 책을 통해 다른 책으로 확장해나가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김승환 2006-04-12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강준만을 읽고 이문열을 읽지 않은 반면 전 강준만은 읽지 못했고 이문열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이문열의 소설을 읽으면 엄청난 수준의 지적 과시에 의해 의식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좌절감이나 intimidation 을 느끼게끔 되있습니다. 이문열이라는 작가의 무의식 속에 내재된 지식 폭력의 의도가 그의 소설들을 통해 투영된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저도 의식없이 읽던 어린 시절에는 그의 소설의 마력과 흡입력에 매료되 그를 거의 숭배하다시피 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와서는 그 영향력의 잔재에 의해 내 자신이 또 하나의 지식 폭력 가해자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을 목격 하며 몸서리 치게 됩니다. 님의 리뷰 잘 읽었구요 이 책을 한번 읽어봐야 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