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신문을 보면 화가 난다. 신문을 온통 도배하고 있는 것은 온갖 비리와 파렴치한 행각들이다.

기아 자동차 채용에서는 돈을 받고 순위를 조작해 취업시켰다고 하고, 검찰 수사관들은 재소자측과 돈거래해 수천만원과 고급승용차를 받아냈다고 하고, 70대 노인은 재중동포의 딸을 입양해 2년간 140여차례 성폭행을 자행했다고 한다. 서울 강동구 배재고에서는 한 교사가 특정 학생들의 답안을 대필하고 전담 내신관리를 하질 않나, 어느 교사는 자신의 아이를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로 위장전입시켜 시험문제를 유출했다고 하질 않나, 어떤 집의 자식들은 수천억원의 돈을 관리하는 아버지를 납치하라고 사설경호업체에 지시하지를 않나, 고향 선후배가 짜고서 의사와 공군조정사로 위장 채팅방에서 여성들을 꼬셔내어 성관계도 맺도, 사고가 났다고해 막대한 돈을 받아내질 않나, 신문 하루치에 실려 나오는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행각들을 일일히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사회의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은 그다지 새롭지도 않다.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인데 요새들어 파렴치한 사건들이 많이 드러나면서 좀더 실감나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이 이정도인데 보이지 않고 일어나는 사건들은 어떻겠는가. 분명 이 사건들은 지극히 '운이없어' 드러났을 뿐이다.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다.

사건도 참 가지가지 고루 갖췄다. 사건마다 일일이 코멘트하기에는 너무나도 많다. 그래 기업에서 돈을 받고 취업시키는 거야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 치고, 경호업체에 지시해 아버지를 납치한 것도 그래 전에도 있었던 일이니까 그냥 넘어가자.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의 선생이 자식을 그 학교로 위장전입시키는 것도 있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새로울 건 없다. 전담 내신관리도 넘어가자.

고향 선후배가 짜고서 의사와 공군조종사로 위장 여성들을 꼬여내 성관계를 맺고, 사고를 위장 급하다고 돈을 받아챙긴 사건은 좀 언급하고 가야겠다. 화가 나는 것은 두 사기꾼이 아니라 여기에 넘어간 여성 22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온전한 회사원이거나 교사를 비롯한 전문직 여성들이라고 한다. 아니 머리에 들을 거 들을 만큼 찼고, 교육 제대로 받은 이 여성들이 왜 이런 사기 행각에 넘어가나. 그저 의사라면 꿈뻑 넘어가는 이들에게 화가 난다.

교사라면 사회의 지식인 직종이다. 어떤 이는 교직은 노동직이라 하고, 어떤 이는 교직이 전문직이라 하지만, 난 교직은 전문직이자 노동직이기도 하지만 지식인 직종이라 생각한다. 교사가 되기 위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고 뚜렷한 사회에 대한 시각과 교직관도 있을 터. 이들이 뭣때문에 저와 같은 사기 행각에 놀아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단 두세번만의 만남에서 그와 같은 사기를 당했다고 하니 정신이 온전히 박힌 인간인지도 의심스럽다. 그저 의사라는 돈 잘 벌고 사회적 지위를 얻은 직종의 남성이라면 마냥 좋은가?

공부 잘 해 의대 진학한 비도덕적인 사람이 딱 사기꾼으로 행세하면 남부러울 것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언젠가도 대구(?)에서 한 산부인과 의사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이쁜 여자들을 대상으로 미스코리아에 나가게 해준다며 성형해준다고 데리고 와서는 마취제를 먹여 성관계를 맺고 비디오를 찍은 사건이 발생했었다. 물론 위의 사건은 의사로 가장한 어떤 이이고, 전에 있었던 이 사건은 실제 의사가 사기친 사건이지만 어쨌든 두 사건의 공통점은 속는 자는 속이는 자를 온전한 의사로 봤다는 점이다.

의사라면 당연히 도덕적일 것이고, 믿을 수 있을 것이고 라는 막연한 추측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물론 지금 우리가 당연한 도덕성을 지녀야 할 의사조차도 의심해야 되는 이 현실이 개탄스럽기는 하다. 그저 의사라면 좋아서 따르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사들도 그렇다. 어떻게 순전히 머리만 잘 돌아가는 비인간적인 자들이 의사가 될 수 있는가. 머리 좋고 교육 잘 받은 자는 당연히 도덕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가 사회에 나가 파렴치한 행각을 하면 머리 나쁘고 교육 못 받은 이보다는 더욱 확실하게 사기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파장이 크다는 말이다. 그래서 머리 좋고 교육 잘 받은 이는 반드시 도덕적이어야 한다.

어쨌든 연일 오르내리는 온갖 기사에 분노를 참지 못하겠다. 누구의 말대로 이땅의 윤리가 상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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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1-2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좋고 공부만한 사람들의 사고수준은 유아기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죠^^ 홍세화씨의 '무식한 대학생'의 논지를 약간 비틀면 심각한 건 이들이 자기가 '무식'하다는 걸 모르고 있다는 거죠~

마늘빵 2005-01-2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 글은 근데 어디에 있나요? 흠... 근데 전 '무식'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지식이 아닌 '판단능력'을 비롯한 사고능력을 말하는거죠. 기본적인 판단 조차도 안되는 것이 안타까워서요. 뭐 저도 그 부류에 속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핫...

마늘빵 2005-01-2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의 글을 다시 읽어보니 님이 지칭하는 자는 '의사'를 비롯한 똑똑이들이었네요. 좀전에 제 답글은 그 똑똑이를 '교사'를 비롯한 전문직 여성으로 봤고요. ㅋ 어쨌든 둘다 똑똑이라는 점에서 님의 말은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근데 그 홍세화씨 글의 출처를 좀 알려주세요. 처음 들은 제목이라...

릴케 현상 2005-01-2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지났는데^^ 한겨레 칼럼으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