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명 사립 여대(XX여대로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확실한 건 아니니 이름은 삼가겠다)에서 졸업을 앞둔 01학번 음대생이 게시판을 통해 후배에게 자신이 수강한 한 과목의 대리출석과 대리시험을 청탁, 약속한 금액을 안주고 연락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중요한 것은 이 청탁한 선배가 후배에게 돈을 안줬다는 사실이 아니라 대리출석과 대리시험을 청탁했다는 사실이다. 대리수능시험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런 뉴스가 신문을 장식하는가.
사실 내 주변에선 이런 경우를 보지 못했으나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야기로 이와 같은 일이 간간히 있어왔음은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말로만 듣던 이야기를 실제 뉴스로 접하니 그냥 간과할 만한 문제가 아니구나 싶다.
사실 대리출석 정도는 대학 다니면서 한 두번은 안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스스로 고백하건대 나는 1학년때 대리출석을 한번 부탁한 것이 있었으나 불발로 끝났고 나의 대학생활에서는 그것이 나의 부정의 전부다. 물론 초, 중, 고를 통틀어 나는 소위 말하는 컨닝은 해본 적도 없고 해 볼 생각조차 품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비교적 깨끗한(?) 내가 이들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해보인다.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다른 학생들도 이 학생이 채플을 부탁하고서 돈을 주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고 있다. 청탁 학생의 됨됨이가 어떤지 짐작할만하다.
돈을 준다고 이러한 청탁을 받아들인 약대생 후배도 마찬가지다. 20-30만원 받겠다고 부정에 가담하다니 그 학생도 알만하다. 스스로가 가담한 부정행위를 인터넷에 스스로 떠벌려 사건을 수면위로 떠오르게 했으니 그다지 머리가 비상하지도 않은 듯 하다.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마음에 공개를 한 것 같은데 이 학생도 약대 차원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라 한다. 물론 들통한 사건의 주인공 음대생은 긴급 교무회의를 통해 제적되었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한 과목 B학점 이상 부탁했다가 제적이라는 결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단지 이 사건뿐만이 아니라 대학가에서 이러한 일은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 중 대다수는 돈을 주고 받음으로써 안전하게 그물망을 빠져나갈 것이고, 돈을 주지 않았던 음대생과 같은 경우는 이렇게 공개되는 차이일 뿐이다. 청탁자와 피청탁자 두 사람간에 약속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이런 일은 절대 걸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약속한대로 돈을 주고 받아라 가 아니다. 아예 하지 말아라 다. 자신이 특수한 사정으로 수업을 못 들어갈 것 같으면 교수님을 찾아뵈어 사정을 말씀드리면 교수님께서는 그 점을 고려해주실 것이다. 불가피한 상황으로는 취업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데도 단지 내가 돈이 남아돌고 수업에 가기 싫고, 시험보기 싫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청탁을 한다면 이는 해당 대학생의 자질 문제다. 인간 됨됨이와 도덕성의 문제다. 그는 온전히 대학을 졸업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대학이란 학문을 하는 곳이다. 아무리 오늘날 취업학원으로 둔갑했다고 하지만 대학의 본질은 학문이다. 학문을 하는 기본적인 인간상이 되지 않았다면 대학에 입학시키지 않는 것도 당연하고, 설령 입학했다 하더라도 다시 쫓아내는 것이 맞다. 그 학생과 같이 대학을 단지 취업을 위해 거쳐가는 중간단계쯤으로 생각하는 대학생들은 스스로 반성해야 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