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이 1
토리 헤이든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날 필자의 지인이 필자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했다. 유아교육과에서는 필수독서 서적이라면서 덧붙여 이 책에 대해 설명하기를 어떤 헌신적인 선생님과 온갖 불행과 고통을 겪은 한 어린 소녀에 관한 실화라고 했다. 필자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단지 이 설명이 다였다. 필자는 이 책이 유아교육과 필독서라는 것과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본래 제 시간이면 잠이 드는 필자는 그 날 밤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눈에는 눈물을 머금은 채로...

<한 아이>(토리 L.헤이든 지음, 주정일, 김승희 옮김, 샘터, 1984)는 정상적이지 못한 여섯살 난 어린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의 이름은 쉴라. 그 아이는 누구에게든 절대 말을 하지 않고, 아무리 아파도 울지 않으며, 눈은 항상 분노로 이글거렸다. 어렸을 때 엄마로부터 길가에 버려졌고, 술주정꾼인 아버지에게 매를 맞으며 자랐다.

그 후 쉴라는 동네의 세 살 난 어린 남자아이를 유괴해 나무에 매어놓고는 불을 질러 커다란 화상을 입게 만들었다. 결국 이 아이는 정신병원이 지어지는 대로 그 곧에 들어간다는 조건하에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문제아 반에 배정되었다.

이곳에서 쉴라는 토리 헤이든 선생님을 만나며 서서히 변한다. 분노로 이글거리던 눈은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뀌게 되었다. 아이는 그동안 사랑이란 것을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그동안 엇나갔던 것이다. 토리 헤이든 선생은 쉴라와 함께 있으면서 쉴라가 여느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지능지수가 매우 놓은 천재아라는 것을 알았다. 쉴라의 지능지수는 180-190이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쉴라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쉴라의 재능을 가르쳐준 사람. 토리 헤이든은 이 책의 저자이다. 헤이든 선생은 머리말에서 어느날 신문 한 구석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 불태웠다는 기사를 스쳐지나가듯 읽었고, 그 사건의 주인공인 쉴라가 자신의 학생이 될 줄은 몰랐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은 쉴라를 처음 봤을 때 어찌하면 좋을지 몰랐고 막막했다고 고백하며, 이 책은 결코 자신이 칭찬을 받기 위해서도, 사람들로부터 쉴라에게 동정을 구하기를 위해서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이 책은 "오직 한 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실제 제목 또한 'One Child' 이다. 한 아이... 그것은 자신이 경험한 특수한 상황도 그저 한 아이를 가르치는 평범한 일이며, 우리가 보기에 정상적이지 않은 아이 또한 그저 평범한 한 아이 일뿐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 아이는 내 학급의 다른 아이들이나 마찬가지 인간이고, 또 우리 모두 마찬가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살아남은 생존자일 뿐입니다."

세상의 '비정상적'인 것을 '잘못'된 것으로 보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비정상적'인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저 그것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할 뿐 그것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 '비정상적'인 것을 '잘못'으로 보는 분들에게 쉴라가 토리 선생님께 시를 바친다.



사랑하는 토리 선생님께

많은 사람이 왔습니다.
그들은 모두 나를 웃게 하려 했습니다.
그들은 나와 게임을 했습니다.
더러는 재미를 위하여 더러는 승부를 위하여.
그러다가 다 가버렸습니다.
상처입은 게임 속에 나를 내버려 둔 채,
무엇이 재미고 무엇이 승리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홀로 남은 내 귀에는
웃음소리가 메아리쳤지만
그것은 나의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왔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엉뚱했습니다.
사람도 아닌 듯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울게 하였습니다.
울어도 상관을 안했습니다.
단지 게임이 끝났다고 말할 뿐
그리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내 눈물이 모두 기쁨으로 바뀔 때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