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지음 / 서해문집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은 그야말로 글을 쓰는데 있어서 참고할 만한 현대의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을 사전으로 엮어낸 책이다.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겨보고 있으면 내가 이렇게 우리말을 모르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여기에 나오는 대부분의 단어들을 나는 처음 듣거나 들었더라도 기억도 안날 만큼 그 단어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서 이 책의 편집 의도를 내비추고 있다.
 
  "무작정 어휘 수를 늘리는 것이 말글살이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쉽고, 편하고, 아름답고, 세련되게 다듬어야 한다. 그것은 글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소설, 시, 수필 등의 문학작품에서,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에서, 또는 대중에 대한 파급력이 높은 방송 대본 따위에 우리말을 살려 씀으로써, 언중(言衆)의 의식에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두루 새겨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말을 이렇게 모르면서 어찌 남의 말인 영어를 공부하고, 중국어를 공부하고, 일본어를 공부할 것인가? 나는 현대의 우리들에게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쏟고 있는 노력의 반만을 우리말을 아는데에 쏟자고 말하고 싶다. 영어를 못하고, 일본어와 중국어는 안녕이라는 단어조차도 모르는 것이 나다. 그나마 고등학교 때 잠깐 배운 독일어는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 데어, 데스, 뎀덴, 디, 데어, 데아, 디, 다스, 데스... 이런 정도 밖에 읊을 줄 모른다. 결국 난 일개국어밖에 할 줄 모른다. 그런데 일개국어 밖에 못하는 내가 이 책을 보고서 아는 단어가 없었다는 것은 오로지 나의 게으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글에 그나마 관심이라도 있는 내가 아닌 우리글에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자들은 어떨까 싶다.

  난 애국자는 아니다. 민족주의자도 아니다. 국가주의자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말만을 굳이 고집하며 한글이 세계 최고의 언어요, 한글을 공부하자 라고 외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난 어차피 이 땅을 벗어나 살 것이 아니고, 이 땅에서 말을 하고 글을 쓰며 살 것이기 때문에 이 땅의 말을 배우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물론 남의 땅에 가서 살 사람들은 그 나라 말을 더욱 열심히 배우는 것이 더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땅에 살고, 이 땅에서 죽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바다 밖의 언어를 익히려 노력하지 말고, 이 땅의 언어를 익히려고 노력하는 것이 유용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난 영어열풍, 중국어열풍, 일본어열풍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