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를 관람하는 개인의 의식, 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예전에 영화 '친구'가 개봉되고 큰 성공을 거둬 많은 이들이 영화를 봤다 싶을 쯔음 한 사건이 터졌다. 이 영화를 본 어떤 고등학생이 자신의 친구를 칼로 찔러 죽인 것이다. 그 고등학생은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고는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는데, 이는 곧 영화가 살인충동을 불러일으켰다는 말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영화는 분명 우리네 개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고,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에 대해서는 서로 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많이 뭐라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실제로 그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독일에서 '몰락'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고 난 뒤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영화는 '히틀러'를 다룬 것으로, 히틀러의 잔인한 면모보다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킴으로써 히틀러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웃나라 프랑스에서는 이 영화는 "전후 세대의 젊은이들이 전쟁 범죄자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 보도록 오도하는 영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인 것은 독일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서 70%가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뭇 이웃나라 프랑스의 우려와는 대조되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영화 '몰락'은 독일인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 것인가? 모를 일이다.
독일은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겪고 난 뒤 무너진 국가가 되어 이후 국제사회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지금에 와서는 독일의 위상이 꽤 높아졌다고 하지만 과거의 독일과 비교해봤을 때 아직 독일이 그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는 독일 국민들의 마음속에도 1, 2차 대전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자기네 나라의 위상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 억눌린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속으로는 우리는 위대한 게르만 민족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겉으로 이를 표출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히틀러를 인간적으로 다룬 '몰락'이라는 영화는 이들의 가슴 속에 스스로를 정당화시키려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았나 싶다. 히틀러가 분명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머리로는 인정하면서 가슴으로는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더불어 히틀러를 가슴으로 정당화시킴으로써 독일 국가 자체에 대한 위상을 높이려 하는 마음이 이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70%에 이르게 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 또한 가슴으로는 이들의 그 열망에 공감하지만, 머리로는 이들의 이러한 시각이 위험다고 생각한다. 이는 자칫 '위대한 게르만 민족주의'의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긋난 민족주의는 지나친 민족 우월감을 불러오고, 다른 민족은 열등하다, 따라서 우리가 다른 민족을 지배해야한다는 인식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난 저들의 시각이 두렵다.
"민족의 핵심은 전 소속원들이 많은 것을 공유한다는 사실이며, 동시에 전 소속원들이 많은 것을 망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는 에르스트 르낭의 말처럼 독일은 자신의 과거를 망각한 채 많은 이들이 히틀러를 인간적으로 부각한 영화 '몰락'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게르만 민족임을 느끼고 싶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