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헐크>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대략적인 줄거리를 예상할 수 있다. '헐크'라는 소재가 새로운 것도 아니고 이전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헐크'의 이미지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신선하게 각색해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 영화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영화 <와호장룡>으로 유명한 이안 감독의 이 작품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트로이>를 통해 먼저 접하게 된 에릭 바나를 2003년에 개봉한 영화 <헐크>를 통해 다시 보는 느낌이 새롭다. 만약 <헐크>를 먼저 봤다면 난 <트로이>를 보면서 <헐크>의 에릭바나를 연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트로이>를 본 뒤 '헥토르'라는 인물을 통해 강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그를 떠올릴 수 있었다. '헐크'라는 진부한 소재를 어떻게 새롭게 만들었느냐 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관점을 형성하지만, 에릭바나를 보는 것 또한 또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었다.

 13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영화의 기승전결을 잘 이끌어낸 듯 하고, 영화를 통해 새로 관심갖게 된 여배우 제니퍼 코넬리를 알게 되어 기쁘다. ^^; 조사 결과 70년생으로 미국태생이며, <헐크>이전에는 <뷰티풀 마인드>와 <레퀴엠>, <폴락>, <웨이킹 더 데드>, <다크시티>, <악의 꽃> 등에 출연했지만 불행히도 내가 본 영화는 <폴락> 하나뿐. 기억을 떠올려보니 앵무새 폴락의 본래 주인이 나중에 어른이 된 후가 그녀였던 것 같다.

 영화감상의 말미에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영화를 보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연 잘못된 과학의 희생자로 태어난 헐크를 어떻게 대해야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과거의 여자친구이자 동료 과학자인 베티는 그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대하지만, 그의 아버지이자 잘못된 실험의 주인공인 데이비드와 연구자 글렌은 그를 하나의 실험대상물로 볼 뿐이다. 또 그를 대하는 태도를 넘어서 그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끔 '위험한 존재'로 변한다면 그를 죽여도 되는가? 하는 문제도 함께 제기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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