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 인류의 가장 소중한 유산
오트프리트 회페 지음, 박종대 옮김 / 이제이북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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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찍이 <철학의 거장들>이라는 4권의 시리즈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독일 법철학자 오트프리트 회폐가 내놓은 신간이다. 회폐로부터 1년간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받았던 현직 서강대 철학과 박종대 교수가 번역했다.

 이 책을 통해 회폐는 '정의'라는 주제에 대한 모든 것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여 의견을 첨부해 내놓았다. 사실 '정의'라는 주제만으로 정리된 책은 현재 존재하는 것이 없기에 그런면에서 일단 이 책의 출간은 책의 깊이와 내용의 충실함에 상관없이 의미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책의 내용의 깊이와 충실함은 이미 책을 다 본 지금에 와서 느끼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의를 배제한다면 왕국과 강도집단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그는 정의의 기원에 대해서 먼저 다루고, 정의의 개념이 고대사회에서 어떻게 규정되었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옛날의 정의에 대한 정의가 가진 난점들을 지적하고 근대와 현대로 거쳐오면서 정의에 대한 수정작업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밝힌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앞부분에서는 순수하게 정의에 대한 내용이 아닌 법의 용어들과 관련하여 정의를 말하고 있어서 생소한 법 용어에 쉽게 책장이 넘어가진 않았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인권, 처벌, 사회정의, 관용으로 나아가면서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과 관련된 정의와 결부지을 수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정의를 바라본 것이 인상적이었다.

 회폐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를 전공했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정의에 대해 말하면서 그들의 말을 자주 인용하고 있다. 또 정의에 대해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듯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의 정의관을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공통되는 부분이 더 많다고 본다. 가령 이들은 실천철학을 두가지 부류로 취급을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과 정치학으로, 칸트는 덕론과 법률로 나누었다는 점이 그렇고, 둘째, 두 사람 모두 도덕이 신에 근거한다는 견해와 신에 의해 제정된 도덕을 비난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라 한다. 양자 모두 이성을 도덕의 근거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회폐는 총 7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의 예를 들고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서 회폐는 정의가 좋은 집단 생활을 위해 충분치 않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개념을 도입해야한다고 말한다. 정의보다 더 나은 것으로 '우정'을 도입하는 것은 각박해진 우리네 삶을 좀더 매끄럽게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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