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학 시간 나의 개인적인 질문에 선생님께서 칠판에 그림을 그리며 하신 말씀이다.
나와 남의 관계에는 네 가지 영역이 존재한다. 첫째, 내가 알고 남이 모르는 영역, 이것은 비밀이다. 둘째, 내가 모르고 남이 아는 영역, 이것은 단점이다. 셋째, 나도 알고 남도 아는 영역, 이것은 개방이다. 넷째,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영역, 이것은 무의식이다.
이 도식은 어떤 말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그려놓았던 것인데, 나는 나의 질문과 선생님의 핵심적인 답변보다 이 도식에 눈길이 갔고, 결국 질문과 답변을 잊은 채 내 머리 속에는 도식만이 남았다. 그리고 도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선, 나와 타인간의 관계가 이렇게 네가지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놀랍다. 우리는 이 안에서 관계맺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남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으며, 누구나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고, 누구나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개방된 영역이 있으며, 누구나 알 수 없는 의식의 저편, 무의식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개방된 영역이나 무의식의 세계보다, 그리고 비밀의 세계보다, 단점의 세계에 대해 생각을 펼쳐나가본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만이 알고 있는 단점이 있을 것이다. 나는 모르고 있는. 물론 내가 알고 있는 단점 또한 있다. 이는 내 스스로가 깨닫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는 엄밀히 네 가지 영역중에서 단점의 영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미 알고 있는 나의 단점은 남은 물론 나도 알고 있는 것이기에 이미 개방된 영역으로 옮겨간 상태다. 내가 모르는 나의 단점은 무엇일까? 이것을 안다는 것은 이미 '단점'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기에 나는 이에 대해 영원이 알 수 없다.
하지만 알려고 시도는 할 수 있다. 내 주변의 타인에게 물어봄으로써 지적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렵다. 대개 단점을 지적해달라는 요구에 타인은 나와의 관계가 깨질까 두려워 쉽게 지적하지 않는다. 지적한다고 해도 그다지 크지 않은 단점 몇가지만을 겨우겨우 입에서 내놓을 뿐이며, 정말 '단점'같은 것은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도는 할 수 있지만 알기는 어렵다.
단점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 개방된 영역으로 옮겨갈 때 아마도 나는 좀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네 가지 영역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역의 크고 작음은 나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